경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김정희 경영교육부장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경험을 통해서 안전을 배우지 말자”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상사께서 교육 말미에 항상 하던 말이다. 지식이나 기술, 노하우을 습득하기 위해선 경험이 중요하나 안전에서 경험은 곧 사고를 의미한다. 경험을 통해 배운 안전은 해결에 중점을 두는 접근 방식으로 점점 대형화, 집적화, 복잡화, 고도화 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안전은 경험이 아닌 예방이 우선돼야 함이 아닐까?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권한과 영향력이 있는 경영자의 의지와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로 노사가 함께 유해·위험요인을 찾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잠재적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해 위험성을 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이행 및 확인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일련의 절차인 위험성평가 활동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구축되면 결국 기업의 안전문화로 뿌리내려 현대사회의 예측 불가한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 독일,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위험성평가 활동을 도입해 괄목할 만한 사고사망감소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사후적인 규제와 처벌, 과거 사고사례에 기반한 기술지원 등 기존의 수단만으로는 더 이상 복잡하고 다변하는 현대사회의 위험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2022년 11월,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을 OECD 평균수준인 0.29‱로 감축하는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법령 제·개정, 기준 정비,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술 및 재정 집중 투입 등 사업장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을 위해 모든 가용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위험성평가 활동이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사업장에 정착해 자율 안전문화로 정착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는 중이다.
필자는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안전띠 착용 운동이 한창일 때 교통경찰 단속, 주위의 시선 등을 의식해서 의식적으로 안전띠를 매곤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누군가 할 것 없이 차에 타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안전띠 착용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문화이며 안전띠 착용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25% 줄일 수 있는게 문화의 힘이다.
사고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데 있어 문화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운전을 하면서 가끔 ‘운전은 인격이다’라는 표어를 보곤 한다. 문장은 짧지만 머릿속에 또렷이 각인된다. 경력보다는 성숙한 운전의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안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안전은 곧 문화’라는 말로 끝을 맺고자 한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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