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3위를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LG 트윈스 임찬규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지난달 9일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2⅔이닝 동안 무려 9개의 피안타를 맞는 등 7실점(7자책)으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쳤던 임찬규. 하지만 이후 임찬규의 모습은 언터처블이었다. 1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⅔이닝 2실점(2자책)으로 7승째를 수확했고, 패전을 떠안게 됐지만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도 6이닝 1실점(1자책)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리고 8월 마지막 등판에서 KT 위즈에게 6이닝 무실점으로 8승을 손에 넣었다.
9월에도 좋은 흐름은 지속됐다. 임찬규는 지난 4일 다시 만난 SSG를 상대로 7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 투구를 펼치며 9승째를 확보했고, 지난 10일 롯데와 맞대결에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6이닝 1실점(1자책)으로 제 몫을 해내며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4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5경기까지 추격을 당한 18일 또다시 롯데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경기 초반 임찬규의 투구는 압권이었다. 1회 황성빈을 시작으로 고승민, 손호영을 모두 땅볼로 요리하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더니, 2회에도 빅터 레이예스와 전준우를 땅볼로 요리한 뒤 나승엽에게 첫 번째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2회까지 임찬규의 투구수는 불과 17구였을 정도로 롯데 타자들이 힘도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첫 실점은 3회였다. 임찬규는 선두타자 윤동희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후 박승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정보근에게 안타를 허용해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 임찬규는 후속타자 황성빈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으나, 최근 타격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고승민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임찬규는 흔들리지 않았고, 손호영을 2루수 뜬공 처리하면서 위기를 탈출, 다시 순항하기 시작했다.
임찬규는 4회 레이예스-전준우-나승엽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내며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선보였고, 5회에는 박승욱 정보근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으면서 3회와 비슷한 위기 상황에 몰렸으나, 황성빈과 고승민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등판해 이렇다 할 위기 없아 롯데의 공격을 잠재웠고, 7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찬규는 첫 타자 윤동희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박승욱과 황성빈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1, 2루 위기에 몰리게 됐고, 아쉽지만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고 교체됐다. 그래도 임찬규에 이어 등판한 이지강이 실점 없이 롯데의 공격을 막아냈고, 임찬규는 6⅔이닝 1실점(1자책)으로 이날 등판을 마쳤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10승 달성은 불발됐지만, 이날 LG의 승리는 임찬규가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임찬규는 '중요한 경기를 잡아냈다'는 말에 "경기 초반부터 투구수를 줄여가면서 던졌던 것이 중·후반에 힘이 됐던 것 같다. 볼넷이라든가 마지막에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팀이 마지막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게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임찬규는 나무랄 데 없는 피칭을 펼쳤지만, 7회 박승욱과의 승부에서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원래 마운드에서 특정 타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피칭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박승욱 선수가 몇 년 동안 내 공을 잘 쳤다. 그래서 잡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앞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8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박승욱은 임찬규를 상대로 10안타 2홈런 타율 0.714 OPS 1.286으로 상당히 강했다. 특히 이날도 임찬규에게만 2안타 1볼넷을 얻어냈다. 임찬규는 "원하는 공이 던져지지 않았다는 것부터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몸으로 나왔던 것이 아쉬웠고, 결과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조금 흔들렸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준비하고 단순화해서 똑같은 피칭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을 상대로 1.5경기 차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선발 등판. 부담은 없었을까. 임찬규는 "이 또한 다른 생각이 입혀지는 것이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가면 결과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기에 내 피칭, 내 밸런스대로 던지는데 집중했다"며 "최근에는 마운드에서 단순화가 잘 됐다. 마인드컨트롤이 잘 된 것 같고,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생각이 많으면 무조건 좋지 않기 때문에 단순화를 했던 것이 경기력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지난해 임찬규의 목표는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남은 경기의 일정상 144이닝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규정 이닝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이제 한 경기 등판 정도가 남았다. 지금은 개인 욕심보다는 팀에 승리를 안겨서 3위를 하는 것에 집중을 하고 싶다.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 10승 또한 팀이 이겼을 때 내가 이기면 좋지만, 우선은 팀의 승리다. 지금은 연속해서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점을 두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수치보다는 팀의 승리를 외친 임찬규.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팀의 연패를 끊는 선봉장에 선 토종에이스였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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