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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단 13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분명 많은 표본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통계사이트의 예측은 상상을 초월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2일(이하 한국시각) 성적 예측 프로그램인 '스티머(Steamer)'를 활용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2025시즌 성적을 예측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4년 엄청난 주목을 받았으나, 부상으로 인해 아쉬운 데뷔 시즌을 보낸 이정후가 내년엔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2024시즌에 앞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이정후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58억원)의 계약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손을 잡았다. 이 계약은 포스팅을 통해 빅리그에 입성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큰 규모였고,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를 통 틀어서도 야수 중에서 최고로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나 큰 기대를 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시범경기에서 이정후는 기대감을 더 키워나갔다. 이정후는 13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2도루 타율 0.343 OPS 0.911로 활약했고, 정규시즌 일정이 시작된 후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첫 홈런을 터뜨리며 개막 4연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정후는 4월 8일 샌디에이고전을 시작으로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맞대결까지 11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한국인 데뷔 시즌 최장 연속 안타 기록을 새롭게 쓰기도 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빅리그 생활에 적응해 나갔는데, 5월 초 이정후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려던 중 오라클파크의 펜스와 강하게 충돌하게 된 까닭. 곧장 쓰러진 이정후는 어깨 부위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우려처럼 검진 결과도 좋지 않았다. 오른쪽 어깨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견된 것이다. 재활을 병행하면서 시즌 막판 복귀를 노려볼 순 있었으나, 이정후는 어깨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정하면서, 데뷔 시즌을 단 13경기 만에 마치게 됐다.
아쉬운 한 해를 보내게 됐지만, 다행인 점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정후는 "점수를 매길 것이 있나. 다쳐서 경기를 못 뛰고 재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먼저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멘탈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것과 경기를 준비하는 쪽에서 성숙해진 시간이었다"면서 "재활은 끝났다. 80~90%까지 회복이 됐다. 구단의 스케줄을 소화하면 내년 캠프의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정후의 2025시즌 성적은 어떻게 될까. 불과 13경기 밖에 뛰지 못하면서 많은 표본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팬그래프'의 스티머는 이정후가 엄청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머는 이정후가 올해 143경기에 출전해 14홈런 63타점 89득점 13도루 타율 0.294 출루율 0.351 장타율 0.438 OPS 0.789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머가 예상한 0.294의 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5위. 이정후 앞에는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샌디에이고, 0.307), 요르단 알바레즈(휴스턴, 0.301),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0.297),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0.296)만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7억 달러'의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0.280)와 '7억 6500만 달러'의 사나이 후안 소토(메츠, 0.282)도 이정후 뒤에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비력은 +1.0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의 수준은 될 것으로 보면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4.1로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 전체 30위에 랭크될 것으로 점쳤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에서는 패트릭 베일리(WAR 4.4)에 이은 두 번째이며, 샌디에이고의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와 'MVP' 출신의 프레디 프리먼(다저스)보다 순위가 높았다.
이 활약이라면 지난해 13경기 만에 시즌이 아웃된 아픔을 완벽하게 털어낼 수 있을 터. KBO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컨택능력을 뽐냈던 선수인 만큼 건강하다면, 스티머가 예상한 성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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