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마이데일리 = 김도형 기자] "25년 전 옛날 선배를 보는 느낌이다", "회사 가까운 데 사는 게 뭐가 중요하냐". 패널들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엄지인 아나운서의 선 넘는 질문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6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엄지인, 홍주연, 정은혜, 허유원 등 아나즈 4인방의 숙직 근무가 전파를 탔다.
엄지인은 자정 뉴스까지 마치고 한숨을 돌린 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야식을 준비했다. 마라탕, 떡볶이 등 다양한 메뉴 중 엄지인이 선택한 건 다이어트 최대의 적인 컵라면이었다.
이에 전현무는 "저쪽 의자 밑에 보면 컵라면이 쌓여 있을 것이다"라며 아나운서 시절을 떠올렸고, 엄지인은 "이제는 돈이 없어서 그곳에 컵라면이 쌓여 있질 못한다"며 개인카드로 야식을 구입했다.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던 아나즈 3인방에 엄지인은 사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정)은혜야 너는 회사에서 가까운 데 살아?"라고 질문했다. 갑자기 들어온 호구 조사에 MC 박명수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 김숙은 "왜 물어보지?"라고 반문했고, 제작진은 두 패널의 리액션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어 엄지인은 "나한테 어딘지 안 알려주는 거야?", "쫓아갈까 봐 그래?", "사생활이야?"라고 캐물어 후배들을 당황케 했다. 여기에 "너희야말로 불금인데, 연애는 안 하니?"라고 덧붙였다. 멈추지 않고 "대체 결혼은 언제 할 거냐?", "관리는 안 하니?", "너희들 잘 먹는다" 등 최악의 잔소리를 쏟아냈다.
홍주연을 비롯한 아나운서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아래만 바라봤다. 패널들 역시 참지 못하고 갑(甲) 버튼을 눌렀다. 박명수는 "셋 표정을 봐라. 얘기하고 싶은 표정인지"라고 따졌다.
이번 에피소드를 두고 '다소 선을 넘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러한 사내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걸 의도했다 쳐도 선을 한참 넘었다는 시청자 반응이 지배적이다. 제작진이 굳이 이러한 에피소드를 기획하지 않아도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능이라도 선후배 관계에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시대인데, 그러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십 년 전에나 있을 법한 사내 문화를 2025년에 녹여내는 촌스러운 기획을 보여줬다. 오죽했으면 김숙조차도 "25년 전 옛날 선배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을까.
최근 MBC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옆 방송사가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사당귀' 측은 프로그램 본연의 의도인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 성찰'이라는 취지와도 동떨어진 기획으로 비판 받고 있다.
전현무, 홍주연을 활용해 말도 안 되는 열애설로 수개월째 시청자를 낚더니 급기야 시대착오적인 사적 질문을 예능 요소로 활용했다. 이런 소재가 공영 방송의 기획이라니 아쉬움이 크다.
보는 시청자도 느낄 정도인데, 예능이라도 상대가 불편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 후배를 향한 관심 표현도 방식이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최소한의 선은 지키며 시청에 불편함이 없는 기획과 제작이 필요해 보인다.
김도형 기자 circl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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