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영어에 피치터널까지 열공했는데…
KIA 타이거즈 좌완 스리쿼터 곽도규(21)는 확실히 또래와 다르다. 자기 객관화가 확실하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23년 5라운드 42순위로 입단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프로에 입성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틈틈이 영어를 공부했다.
덕분에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한다. 외국인선수들과 자유자재로 대화한다. 그냥 의사소통만 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점은 명확하다. 예를 들어 곽도규는 제임스 네일 등 외국인투수들과 기술적인 얘기를 주고받으며 얻는 점이 있었다.
2023시즌을 마치고선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에 이어,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 단기유학을 했다. 이때 자신의 투구 매커닉을 점검하며 얻는 부분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2024시즌 맹활약의 이유 중 하나였다.
원래 책 보고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피치터널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코치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스스로 자신의 매커닉을 연구해보니 와인드업을 통해 양 어깨를 2~3차례 흔들고 투구를 하는 게 정작 힘을 모으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과감하게 버렸다. 세트포지션으로만 투구하니 제구를 잡았다. 대신 구위는 떨어지지 않았다. 스리쿼터인데 140km대 후반의 패스트볼을 뿌리는 게 최대장점이다.
그런 곽도규가 정작 자신의 부상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곽도규는 지난해 71경기서 4승2패2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55⅔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1이닝이 안 되지만, 71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소모한 에너지까지 감안해야 한다. 시즌 후에는 프리미어12까지 다녀왔다.
호주 및 미국 유학에 이어 치열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프리미어12까지. 피로가 누적되는 건 당연했다. 그 여파가 올해 어느 정도 나타났다는 시각이 있다. 9경기서 3홀드 평균자책점 13.50. 11일 광주 SSG 랜더스전서 아웃카운트를 1개도 못 잡고 안타와 볼넷 1개씩 내주고 내려오며 팔 통증을 호소했다.
굴곡근 부상. 정밀검진 결과 토미 존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올 시즌을 마쳤다. 2026시즌도 시작과 함께 돌아온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토미 존 수술의 재활기간이 보통 1년에서 1년 2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늦으면 내년 여름 복귀다.
KIA는 너무나도 큰 타격이다. 좌완불펜이 풍족한 팀이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곽도규 역할을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최지민이 있지만, 다른 왼손 계투는 대부분 원 포인트 성격이 강하다. 불펜으로 긴 이닝을 끌어갈 때 곽도규가 양념을 쳐주는 효과가 대단했다. 올해 페이스가 좋지 않지만, 워낙 똑똑한 선수라 정비하고 치고 올라올 것으로 기대됐다. 이범호 감독으로선 최지민과 곽도규가 시너지를 내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 몫은 결국 이범호 감독이 해결해야 한다. 곽도규는 그와 별개로 지금부터 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망할 필요 없다. 아직 21세이고, 앞날이 창창한 선수다. 부상과 수술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청춘을 바쳐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수술대로 간다. 지금 곽도규에겐 박수가 필요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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