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루에 고정될 줄 알았는데…
외국인타자들은 컨디션, 팀 상황 등에 따라 타순을 옮기긴 해도 포지션은 대체로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감독들이 시즌 구상을 할 때 타순과 포지션을 못 박고, 그것을 전력의 기둥으로 삼는 게 대부분이다. 그 구상이 틀어지면, 팀이 감독 생각대로 안 돌아갈 확률이 높다.
KIA 타이거즈가 불행하게도 지금 딱 그런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88홈런 출신의 패트릭 위즈덤(34)의 포지션을 고민할 일은 없었다. 미국에서 주로 3루수와 1루수를 봤다. 3루에 김도영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주전 1루수 입성이 확정됐다. 작년에 1루수로 변신한 이우성을 다시 좌익수로 보냈던 이유다.
그런데 위즈덤이 3루를 보더니, 급기야 외야까지 볼 기세다. 물론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정규시즌 기준 1루수(464⅔이닝)보다 3루수(2119⅔이닝) 경험이 더 많다. 좌익수와 우익수도 164⅔이닝, 108⅓이닝을 소화한 경험은 있다. 많지는 않다.
이범호 감독은 애당초 위즈덤에게 외야수까지 맡길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KIA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하위권으로 처졌다. 현재 타격감이 가장 좋은 변우혁과 오선우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형우가 지명타자만 고집할 수도 없고, 급기야 위즈덤도 1루만 고수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최형우가 지명타자를 본다고 가정할 때 김도영이 돌아오면 1루와 3루만 가능한 변우혁이 설 자리가 없다. 결국 변우혁을 1루수로 쓰면 위즈덤이 외야로 나가야 할 판이다. 김도영의 복귀가 예상보다 약간 늦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위즈덤이 당장 외야로 나갈 일은 없겠지만, 김도영의 복귀시점까지 변우혁과 오선우가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면, 위즈덤의 외야수 출전이 가끔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예민한 외국인타자라면 이를 달갑지 않아 하거나 최악의 경우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즈덤은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KIA로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순 없다.
중요한 건 타격이기 때문이다.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오가는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선수가 있는 반면, 타격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 선수도 있다. 위즈덤이 기본적으로 외야수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 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KIA로선 되도록 위즈덤이 외야로 안 가는 게 좋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개개인보다 팀이다.
위즈덤은 타순 이동도 어쩔 수 없이 잦다. 일단 지금까지의 데이터만 보면 2번과 5번은 딱히 가리지 않는다. 2번 타순에서 30타수 9안타 타율 0.300 3홈런 7타점, 5번 타순에서 13타수 5안타 타율 0.385 4홈런 6타점이다. 단, 4번 타순에선 11타수 1안타 타율 0.091에 홈런과 타점이 없다.
KIA로선 위즈덤이 어느 타순이든, 어느 포지션이든 홈런만 뻥뻥 치면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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