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부천, 제주 상대로 창단 첫 승리! 20년 만에 한 풀었다
16강 진출한 부천... 오는 5월 14일, 안방으로 김천 불러들인다
[마이데일리 = 부천종합운동장 진병권 인턴기자] 제주의 경기 운영은 2부리그 같았고, 부천의 경기 운영은 1부리그 같았다.
부천 FC 1995는 16일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SK FC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경기는 관중 앞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연고 이전 더비'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0년 두 팀은 K리그 2에서 세 번 맞붙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당시 맞대결은 모두 제주가 승리를 가져갔다.
부천은 카즈, 바사니, 갈레고 등 주축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대신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주장 한지호를 포함하여 미드필더, 포백 라인을 모두 후보 선수들로 구성하며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제주도 김정민, 김재우 등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과 조인정, 김진호, 최병욱 등 어린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전시켰다. 최근 영입된 외국인 선수 에반드로와 데닐손도 선발로 내세웠다. 주전 선수들의 적절한 체력 안배와 함께 외국인 선수들을 출전시켜 적응력을 높이고, 최근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는 의도였다.
부천은 K리그 2에서 4승 1무 2패, 승점 13점을 기록하며 5위에 올라 있다. 1위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승점 차가 3에 불과하다. 특히 7경기에서 13점을 득점하며 리그 팀 득점 순위 2위에 위치해 있다. 반면 제주는 K리그 1에서 2승 2무 4패, 승점 10점을 기록하며 10위로 쳐졌다. 리그 8경기에서 7득점에 그친다. 다득점 경기가 단 1경기에 불과하다. 리그 팀 득점 순위는 10위이며, 기대 득점(xG)은 7.5골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날카로운 창'과 '무딘 창'의 대결이었다.
양 팀 모두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제주는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양 팀의 상반된 분위기를 고려해도 K리그1 팀과 K리그2 팀의 전력 차는 분명하다. 제주의 승산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경기 초반, 제주는 하프라인까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리그 경기와는 다른 공격적인 태세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초반 양상은 제주의 우위였다. 그러나 부천이 점차 제주의 템포에 적응해 나갔다. 부천의 압박 강도가 거세져 중원 싸움이 이뤄지지 않자, 제주는 수비라인을 내리며 대응했다.
제주는 부천의 잘 갖춰진 수비 블록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스리백 간의 무의미한 횡패스만 계속되었다. 중원에선 부족한 세밀함으로 유의미한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부천은 라인을 내리되, 3선 근처로 공이 투입되는 즉시 전진수비를 통해 공을 탈취해 냈다. 경기 내내 압박을 가하지 않고, 제주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격 작업을 가져갈 때 체계적으로 압박을 가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경기 운영을 했다.
부천은 지공과 역습을 번갈아 가며 공격 작업을 펼쳤다. 특히 미드필더 김동현이 중원에서 좋은 탈압박과 볼 운반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몬타뇨는 지난 코리안컵에서 보여줬던 좋은 경기력을 이번 경기에서도 뽐냈다. 몬타뇨를 앞세운 역습, 김동현을 기점으로 한 지공 모두 효과적이었다. 다만 페널티박스 근처의 세밀함이 부족해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제주는 조인정과 최병욱이 스위칭하며 빈자리를 메꿔주는 변형 스리백 전술을 사용했다. 후반 39분, 조인정이 중원으로 전진했고, 이 자리를 최병욱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권순호가 커버했다. 권순호는 미드필더, 윙어가 주 포지션으로, 수비력이 강점인 선수는 아니다. 권순호는 페널티 박스 앞에서 바사니의 터치 한 번에 공간을 내줬다. 결국 바사니가 시도한 슈팅이 안찬기 골키퍼를 맞고 흘러 이의형이 밀어 넣었고, 이 골은 그대로 결승 골이 되었다. 스위칭으로 취약해진 제주의 우측면을 교체 투입된 바사니가 휘저었고, 결승 골의 기점이 된 것이다. 이영민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 적중했다.
제주에겐 여러모로 아쉬운 경기였다. '뉴 페이스' 외국인 선수들로 반등을 노렸으나, 에반드로와 데닐손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직 K리그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 듯 보였다. 이들을 비롯한 후보 선수들의 활약도 아쉬웠다. 특히 안찬기는 잡아야 했던 슈팅을 놓치며 실점을 허용했다. 이탈로만이 1부리거 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3선에서 역습 저지, 볼 순환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탈로는 후반 막판, 스트라이커로도 자리를 옮기며 고군분투했다.
반면 '잘되는 집' 부천은 달랐다. 선발 출장한 몬타뇨는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65분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단 10분만 출전했던 카즈는 PK를 만들어냈고, 바사니는 선제골의 기점이 되는 슈팅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부천의 상승세 기반 중 하나인 외국인 선수들은 짧은 시간 출전만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출전 시간을 많이 부여받지 못했던 후보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제주는 이번 경기에서도 패배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줘야 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아쉬웠다. 반면 부천은 더비매치 승리와 함께 주축 선수 휴식까지 가져가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상승세를 이거가는 부천은 오는 5월 14일, 김천 상무와 코리아컵 8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진병권 기자 jnbnggw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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