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X바가지 안타, 너무 행복해.”
KIA 타이거즈 간판 유격수 박찬호(30)는 올 시즌 초반 타격감이 너무 안 좋았다. 그러나 15~17일 광주 KT 위즈전을 계기로 타구의 질은 무척 좋아졌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KT전을 앞두고 잘 풀리는 시기시 찾아올 테니 잘 극복하길 바랐다.
16일 KT전서는 또 다시 잘 맞은 타구가 황재균의 다이빙캐치로 끝나자 순간적으로 벗겨진 헬맷을 가볍게 내리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안 풀리는 시즌 초반이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17일 경기서 훌훌 털었다. 시즌 첫 3안타 경기.
2루타와 중전안타보다 박찬호를 기쁘게 한 건 9회말 빗맞은 우전안타였다. 희한한 타구였다. 3-4로 뒤진 1사 1루서 KT 마무리 박영현에게 볼카운트 2S로 몰렸다. 3구가 몸쪽 높게 들어온 149km 포심이었다. 박찬호는 방망이를 냈지만, 공이 방망이에 와서 맞은 수준의 스윙.
그런데 이 타구가 스핀이 걸리면서 살짝 떴다. 절묘하게 내야를 통과하더니 KT 야수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우측 라인선상에 뚝 떨어졌다. 최원준은 여유 있게 3루까지 갔고, 박찬호는 기쁨의 포효를 내질었다.
박찬호는 “그 X바가지가 역전, 이기라고 정해준 것이다. 너무 행복했다. 처음엔 공이 어디로 가는지 찾고 있었다. 공을 찾고 있었다. 이게 야구인가 싶다. 너무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죽는 줄 알았다. 이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늘이 나를…”이라고 했다.
박찬호는 자책했다. 그리고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띄웠다. “나 혼자 쫄아서 소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한심했다. 그냥 하나, 둘, 셋에 돌렸다”라고 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서, 내가 그래야 하는 위치다”라고 했다.
심지어 박찬호는 시즌 도중 거의 술을 먹지 않는데, 16일 경기 후 너무 속상해서 집에서 7도짜리 청하 두 병을 마셨다고 털어놨다. “와이프를 앞에 두고 나 혼자 마셨다. 얼음에 희석해서 마셨다. 나한테는 위스키였다”라고 했다.
술의 힘, 이범호 감독의 격려의 힘, 그리고 인생도 야구도 애버리지가 지배하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줬다. 잘 맞은 타구가 잡혀 속상하던 박찬호가 빗맞은 타구 하나가 결정적 안타가 되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활짝 웃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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