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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팀에 헌신하는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 대행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두산의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하다. 지난 주말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연이틀 0-1로 무릎을 꿇은 이튿날(2일) 이승엽 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며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까닭이다.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 시즌에는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속을 썩이더니, 지난해에는 외국인 투수'들'은 물론 백업 선수들이 오재원의 금지 약물 대리 처방 스캔들에 연루되며 끝없는 악재들과 맞닥뜨렸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토종에이스' 곽빈과 '필승조' 홍건희를 부상으로 잃게 됐고, 이가 없는 상황에서 잇몸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갔지만, 큰 문제가 없었던 타선에서 '캡틴' 양의지와 '메이저리그 45홈런' 제이크 케이브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이에 두산은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자의든, 타의든 두산의 지휘봉을 잡게 된 조성환 대행은 지난 3일 시작부터 엔트리에 큰 변화를 줬다. '78억 FA' 양석환과 강승호에 이어 조수행까지 1군 주축 선수들을 대거 말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조성환 대행은 "내가 제안을 했다"며 "주전으로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변화를 주게 됐다. 준비가 됐다면 얼마든지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다. 내 눈으로 확인하거나, 2군에서의 보고를 듣고 판단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첫 단추를 잘 꿰진 못했다.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한 곽빈이 경기 시작부터 만루 위기를 자초하는 등 3점을 내주더니, 곧바로 간격을 좁히며 고삐를 당겼으나, 끝내 흐름을 뒤집진 못했다. 하지만 조성환 대행은 4일 경기에 앞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선수들에겐 분명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반대로 베테랑에겐 매우 묵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한 마디였다.
조성환 대행은 '어제오늘 라인업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리빌딩 쪽으로 방향성을 잡은 것이냐'는 물음에 "나 자신부터 리빌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한 뒤 "당장 리빌딩을 말하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 어찌 됐든 지금 이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팀에 헌신을 하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즉 조성환 대행은 선수의 몸값이나 이름값이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 그는 "선수들이 본인이게 맞는 모습을 보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베테랑이면 후배들을 챙기면서, 본인의 역할도 해야 된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면, 지금 이 시기에 정말 내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 나이에 맞는 모습에 조금 더 주안점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지만, 아직까지 '성적'을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매 경기를 통해 간격을 좁혀나간다면, 중위권까지는 절대 못 좁힐 격차는 아니다. 특히 두산은 2023시즌 7월에는 구단 최다에 해당되는 11연승을 질주했고, 지난해 5월에도 9연승을 내달렸다. 그럴 수 있는 전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팀이다.
일단 조성환 대행은 양석환, 강승호 등 주축 선수라고 하더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1군으로 부르진 않을 전망. 이 기간을 통해 조성환 대행은 그동안 기회를 많이 제공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볼 방침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김민혁이다. 김민혁은 올해 2군 38경기에서 41안타 5홈런 30타점 타율 0.357 OPS 0.943를 기록 중이었지만, 지난 3일에서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조성환 대행은 "김민혁은 팀 사정도 있었겠지만, 내 기억엔 며칠을 두고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몇 타석이라도 꾸준히 봐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가능성도 갖고 있는 선수다. 본인도 납득할 수 있고, 우리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거나, '됐다'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조성환 대행은 "2군에서 '잘한다'라기보다는 '정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선수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하는 선수가 기회를 받는 선순환을 선수단에 이식시키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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