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작년 말 자영업자 대출액 1064조…채무조정 추진
은행권, 도덕적해이 우려…건전성 규제 완화 요청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서민금융 확대를 내세운 가운데 은행권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서민금융 확대를 위해 △채무조정·탕감 △대출상환 부담 완화 △취약계층 전문은행 설립 등 추진이 예고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상공인과 가계 금융부담을 낮추는 공약을 발표했다. 코로나19 기간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과 탕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코로나19 대출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해당 대출에 대한 채무부담 경감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새출발기금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새출발기금이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프로그램으로 2022년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 차주와 폐업자, 6개월 이상 휴업자,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이용차주 등을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리금을 70% 감면하고 있다.
다만 신청 금액에 비해 실행액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 3월 기준 누적 신청 금액은 19조3684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채무 조정을 한 금액은 28%(5조 5019억원)다.
은행권은 소상공인 채무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불어난 데다 연체율까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을 탕감해주는 채무조정을 반복해서 시행하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64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11조원 증가했다. 이 중 저소득·저신용 등 취약 자영업자 대출(차주 42만7000명)은 125조4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9조6000억원 불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11.8% 수준이다.
이에 더해 경기 침체로 연체율도 높아진 상황이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1.67%,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16%까지 올라갔다.
은행권은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늘리면 건전성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높게 산출되므로 그만큼 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끼친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 시 금융기관의 자기자본을 RWA로 나눠 구한다. RWA가 늘어날수록 BIS비율은 낮아진다.
은행권은 새 정부에 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한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의견을 수렴해 주요 건의 사항을 작성했고 추가 의견을 수렴해 최종 건의 사항을 곧 전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지는 만큼 취약계층 지원 부담을 안으려면 건전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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