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회’ KIA 김기훈, 대기록 대신 새겼던 마음가짐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몇 경기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적어도 1군 복귀전은 완벽했다. KIA 타이거즈 신인 김기훈(19)은 스스로의 힘으로 데뷔 첫 승을 따내며 지켜볼 가치가 있는 신인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김기훈이 KBO리그 데뷔 후 첫 승을 신고하기까진 9경기가 걸렸다. 김기훈은 지난 26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⅔이닝 1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KIA의 13-6 완승을 이끌었다.

김기훈은 KIA가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키움의 후속타를 봉쇄했다. 그리곤 7회말 2사 1, 2루서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6회말 1사 상황서 박동원에게 2루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박동원에게 안타를 허용하기 전 14타자 연속 범타를 이어갈 만큼 압도적인 투구였다.

물론 야수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KIA는 3회초 이창진이 스리런홈런을 때리는 등 총 3홈런을 묶어 김기훈에게 9득점을 지원했다. 또한 5회말에는 3루수 박찬호가 이지영의 까다로운 타구를 내야 땅볼 처리, 김기훈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김기훈 역시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경기 초반 제구가 안됐지만, 3회말부터 선배들이 좋은 수비를 해주셔서 믿고 던졌다. 덕분에 이닝을 거듭할수록 자신감도 붙었던 것 같다.” 김기훈의 말이다.

김기훈은 이날 총 100개의 공을 던졌으며, 이 가운데 직구가 80개였다. 김기훈은 “(한)승택이 형의 사인대로 공 배합을 가져갔다. 직구가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직구를)던졌다”라고 말했다.

광주동성고 출신 김기훈은 KIA 입단 당시 ‘제2의 양현종’이라는 평가를 받은 유망주였다. 실제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배짱 있는 투구를 펼쳐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4월 들어 경기력 저하가 두드러졌고, 5월에는 2경기서 1패 평균 자책점 14.29에 그쳐 2군으로 내려갔다.

26일 키움전은 김기훈의 1군 복귀전이었다. 김기훈은 1회말 1사 상황서 김하성-이정후-박병호에게 3연속 볼넷을 허용하는 등 흔들렸던 것도 잠시, 장영석(삼진)과 박동원(좌익수 플라이)의 출루를 저지해 위기서 벗어났다. 그리곤 교체되기 전까지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김기훈은 “1회말에 예전 모습이 나와 불안했지만, 2군에 있을 때 코치님들이 말씀해주셨던 대로 루틴, 타자와 싸우는 것만 생각하며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군에 있을 때 양일환 코치님, 곽정철 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투구수가 다소 많았지만, 대기록을 의식하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김기훈은 “기록을 생각하면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첫 안타가 나왔을 때도 그랬고, 이전에 선배들이 안타성 타구를 잡아주신 상황도 있었다. 기록은 생각하지 않고 (한승택의)사인대로 던지는 데에만 집중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마인드컨트롤만큼은 잊지 않았다. “새로운 이닝에 돌입할 때마다 ‘다시 1회’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라는 게 김기훈의 설명이었다. 1회말 몰렸던 위기를 떠올리며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이전까지의 무실점 행진을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김기훈이 이닝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쌓았고, 시즌 초반에 이어 다시 지켜볼 가치가 있는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양현종이 위력을 되찾은 반면, 외국인투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진 KIA로선 그토록 찾았던 오아시스가 아니었을까.

[김기훈.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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