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行, 법적 공방 가나…"일방적 계약"vs"코로나19 속 최선 방안"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콘텐츠판다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行? 일방적 이중계약" vs 리틀빅픽처스 "일방적 통보 NO, 생존 기로서 탈출로 찾은 건데…"

영화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독점 공개가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세일즈사 콘텐츠판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팬들이 개봉을 손꼽아 기다려온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다. 웰메이드 작품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영화이기 때문. 여기에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등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관심을 이끌었다.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해외 30여 개국 선판매 계약 쾌거를 이뤘던 바.

하지만 2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사냥의 시간'은 개봉일을 잠정 연기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하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리틀빅픽처스는 방안을 고민 끝에 결국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독점 공개 계약이라는 충무로에서 전례 없는 행보를 걷기로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일일 관객수가 3만 명 이하로 추락, 침체 장기화에 플랫폼 공개 방식을 변경하고 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것.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을 하여 오는 4월 10일부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의 자막으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사냥의 시간' 해외 배급을 담당해온 콘텐츠판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마이데일리에 "리틀빅픽처스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라며 "법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추후 구체적인 내용을 따로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직후 콘텐츠판다는 "당사는 2019년 1월 24일부터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상 업무를 이행했다. 다수의 국제 필름마켓에 참가해 해당 작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동시에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약 30여개국에 선판매 했으며,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받아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이에 리틀빅픽쳐스는 콘텐츠판다가 이룬 해외성과들을 보도자료화하며 대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라며 공식입장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아래는 콘텐츠판다 전문이다.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임과 동시에 투자사입니다. 그러나 리틀빅픽처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 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 해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해외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리틀빅픽처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습니다. 당사는 3월 23일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전세계 스트리밍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리틀빅픽처스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강행했음을 기사를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인 행위로 인해 당사는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으며, 당사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입니다.

당사 역시 코로나 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전세계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미 세일즈가 완료된 극장개봉 국가와 스트리밍 국가를 구분하여 진행하거나 당사와 함께 세계각국의 최선의 개봉 시기를 찾아보는 등 사전 논의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또한 당사를 포함해 합법적인 계약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국내 해외세일즈 회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입니다.

리틀빅픽쳐스의 이중계약은 해외 영화사들이 콘텐츠판다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과 적법한 권리를 무시한 행동이며 세계각국의 영화사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또한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와의 법적대응에 나설 것입니다."

반면 리틀빅픽처스는 "넷플릭스로 플랫폼 변경은 생존의 기로에서 탈출로를 찾은 것"이라고 호소하며 콘텐츠판다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마이데일리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저희는 이러한 넷플릭스와의 협상 과정에 대해 콘텐츠판다와 계속해서 상의를 해왔고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었다. 팬데믹 선언까지 나오고 지금 상황에서 개봉을 강행한다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관객들의 안전 우려도 있기에 이 부분을 충분히 이야기했고, 협조 요청을 했으나 받아주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정상적으로 개봉이 이뤄지기 힘든데, 해외 개봉이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시사회 개최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천재지변과도 같은 특수한 상황이기에 몇 번이나 가서 말씀을 드렸고, 손해배상 또한 다 해드리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콘텐츠판다 측에선 받아주지 없더라. 저희는 콘텐츠판다처럼 대기업 계열사도 아니다. 생존의 기로에서 탈출로를 찾은 것이었는데 콘텐츠판다 측에선 함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훼방을 놓고 있다. 향후 저희도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 리틀빅픽처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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