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원 출루율 5할3푼3리 실화? 볼넷 1위 대이변, 한화 야구를 바꾼다 [MD이슈]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투수로서는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는 1번타자가 리그에서 볼넷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선구안을 통한 출루율을 높이는 야구를 강조하고 있다. 무작정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타석에서 인내심을 갖고 나쁜 볼을 고르면 출루 확률이 높아지고 그것은 곧 득점 확률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한화 타선은 분명 바뀌고 있다. 한화는 팀 타율이 .253로 6위에 랭크돼 있으나 팀 출루율은 .347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리그에서 4번째로 볼넷을 많이 고른 팀이 바로 한화다. 한화 타자들은 7경기에서 볼넷 31개를 골랐다. 공동 1위인 키움은 한화보다 1경기 많은 8경기에서 볼넷 40개를 골랐으니 평균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벌써 볼넷을 고른 선수가 10명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 중 벌써 볼넷 3개 이상 고른 선수도 6명에 이른다.

한화를 '출루 군단'으로 변신하는데 일등공신인 선수는 바로 정은원이다. 올 시즌 한화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는 정은원은 7경기에서 볼넷 10개를 골라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볼넷을 기록 중인 선수다. 타율은 정확히 .300인데 출루율은 무려 .533에 달한다. 안타(6개)보다 볼넷이 두 배 가까이 많다. 투수들은 정은원을 만나면 타석당 투구수 4.67개를 던지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정은원은 지난 해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7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시즌 타율은 .248로 데뷔 첫 시즌(.249)보다 떨어졌다. 지난 겨울 정은원은 "내가 프로에 들어온 뒤 경기를 많이 나가고 관심을 받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나태해졌다"고 철저한 자기 반성을 했다.

수베로 감독이 "항상 야구장에서 100%로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정은원은 수베로 감독의 한마디를 새겨 듣고 초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생애 첫 3할 타율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그보다 더 빛나는 발군의 선구안으로 출루율이 무려 5할대를 마크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은원이 자주 출루를 하고 있음에도 득점은 4차례 밖에 못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난 해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의 야구가 한 순간에 탈바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한화 야구는 분명 변화하고 있으며 타선은 코칭스태프의 주문대로 출루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핵심을 맡아야 하는 1번타자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정은원이 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말 2사 1루 2루타를 날린 후 타임을 요청하고 있다. 사잔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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