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할머니', 명문대-외무부 출신 "자유롭게 산다"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최근 인터넷을 달궜던 '맥도날드 할머니'의 정체가 방송을 통해 밝혀졌다.

24일 방송된 SBS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는 '맥도날드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을 떠돌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매일 밤 9시마다 서울 정동에 위치한 24시간 운영하는 유명 패스트푸드점에 나타나는 '맥도날드 할머니'의 본명은 권하자(71)씨. 한국외대 불문과를 졸업한 할머니는 1976년부터 1991년까지 외무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어가 유창한 할머니는 말할 때 영어 단어를 많이 섞어 사용하는가 하면 영자신문을 읽고 매일 영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고.

권하자 할머니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았다. 남자도 마음에 안들면 '노(No)'하고 결혼하기 싫은 사람과 결혼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고 독신으로 살았다"고 밝혔다.

나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진 할머니는 "부모님도 타계하고 오빠도 다 외국으로 나갔다"며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퇴직하니까 생활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을 묻자 "마이 시크릿(My secret)"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교회 지인이 보내주는 1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고 있는 할머니는 과거의 생활을 잊지 못하는 듯 자신이 일했던 직장을 중심으로 반경 5km 안에서만 생활했다. 맥도날드와 교회 의자에 앉아 잠깐 졸 때를 제외하곤 10년여 가량 한 차례도 눕지 않았다는 할머니는 제작진의 호의도 거절했고 노인복지 시설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내가 내 인생 어느 누구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유롭게 살면된다"고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며칠 후 할머니는 제작진에 연락을 해 한참을 주저하다 "배가 고파서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조심스레 부탁했다.

제작진과 함께 외무부에서 일하던 당시 즐겨가던 호텔 레스토랑에 간 할머니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 손도 닦고 깔끔하게 몸단장을 한 뒤 능숙하게 주문했다.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대학 동기가 할머니를 찾았고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면 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권유하자"내가 활동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할머니는 제작진에 "요즘 생활은 아무래도 정상생활이 아니니까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맥도날드 할머니. 사진 = SBS 방송 화면]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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