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막판 극적인 동점에 이어 더 극적인 버저비터까지. 1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CC와 삼성의 경기는 최고의 명승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연장 접전을 이끈 건 KCC가 4쿼터에서 맹렬한 추격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공교롭게도 하승진의 '자유투'였다. 하승진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73-78 5점차로 따라 붙었고 상대 애런 헤인즈의 슛이 불발되자 하승진이 골밑슛을 성공시켜 3점차로 추격했다. 이어 추승균의 가로채기가 성공하자 임재현이 3점슛을 꽂아 넣어 순식간에 78-78 동점을 이뤘다.
KCC는 추승균의 3점포로 81-80 역전에 성공했고 삼성은 또 하승진을 파울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자유투가 주어졌고 하승진은 놀랍게도 자유투 2개를 또 성공시켰다. 4쿼터 막판 83-82에서 상대의 파울 작전으로 자유투를 얻은 하승진은 2개 중 1개를 성공시켜 84-82 2점차를 만들었으나 결국 84-84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하승진은 종아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연장전에선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KCC는 2차 연장전에서 막판 강혁에게 동점슛을 허용하고도 임재현의 버저비터로 명승부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바탕엔 3쿼터까지 자유투 9개 중 3개 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던 하승진이 4쿼터에서는 6개 중 5개를 집어 넣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승진의 자유투는 KCC 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상대팀은 신장의 열세 때문에 자유투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반칙을 불사한다. 때문에 하승진이 많은 자유투를 던질 수밖에 없다.
물론 횟수로 따지면 하승진이 가장 많이 던진 것은 아니다. 삼성의 애런 헤인즈(183/223 성공률 82%), 인삼공사의 데이비드 사이먼(138/205 성공률 67%), LG의 문태영(137/184 성공률 74%)이 하승진보다 자유투를 더 많이 던진 선수들이다.
그러나 사이먼은 32경기, 헤인즈와 문태영은 30경기를 뛰었고 하승진은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 여파로 21경기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하승진에게 더 많은 자유투가 주어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승진은 올 시즌 자유투 180개를 던져 98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54%. 눈여겨봐야 할 것은 4쿼터 자유투 기록이다. 4쿼터에서 70개를 던져 43개를 적중, 성공률 61%를 자랑한다.
하승진의 '4쿼터 자유투쇼'는 14일 삼성전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11일 SK전에서도 초반 12개 중 3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으나 이후 10개 중 9개를 집어 넣어넣었고 그 가운데 4쿼터에서는 6개 중 6개가 모두 들어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바 있다. 지난 해 12월 16일 인삼공사전에서는 4쿼터에서만 12개 중 10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 경기 역시 4쿼터 전까지는 11개 중 4개를 성공시킨 게 전부였다.
하승진은 유독 4쿼터에서 자유투가 더 잘 들어가는 이유에 대해 "나도 모르게 잠재 의식 속에 꼭 넣어야 겠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4쿼터에서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4쿼터는 긴박한 상황이 많고 체력도 가장 떨어지는 때이기 때문. 하승진의 스타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 하승진의 자유투쇼는 KCC 경기를 볼 때 꼭 챙겨봐야 하는 고정 코너와 같다. 승부처에서 빛나는 그의 자유투가 앞으로 프로농구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 2010-11 하승진의 쿼터별 자유투 기록
1쿼터 : 8/17 성공률 47%
2쿼터 : 21/43 성공률 49%
3쿼터 : 20/39 성공률 51%
4쿼터 : 43/70 성공률 61%
연장 : 6/11 성공률 55%
합계 : 98/180 성공률 54%
[하승진.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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