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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둘러싼 병폐-악행의 전시장, 베개영업, 캐스팅 카우치, 성상납!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장자연 사건이 다시 한번 국내 연예계를 강타할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인 연기자 장자연은 지난 2009년 3월7일 자택에서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충격적인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문건에서 언급된 장자연 리스트와 언급인사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끝이 났다. 그리고 장자연이 저세상으로 간지 정확히 2년이 흐른 뒤 다시 한번 장자연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접대 받으러 온 남성들은 악마다. 100번 넘게 끌려 나갔다. 새 옷을 입을 때는 또 다른 악마들을 만나야 한다.”“부모님 제삿날에도 접대 자리에 내몰렸다. 명단을 만들어 놨으니 죽더라도 복수해 달라. 내가 죽어도 저승에서 복수할 거다.” 섬뜩할 정도의 분노를 분출한 내용은 장자연씨가 지인 전모씨게 보냈다는 편지에 담긴 것들이다.
SBS는 지난 6일 장자연이 지인에게 2005년부터 자살직전까지 보냈다는 50여통의 편지를 확보했고 편지에는 100여 차례에 걸쳐 술접대, 성 접대를 받았다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대기업·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의 이름이 담겨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장자연이 보냈다고 추정되는 편지에는“힘없는 연예지망생들, 그리고 신인들 몸을 제 맘대로 노리개 취급했다. 내가 1년 넘게 술접대 했던 자리에 동석한 어린 아이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아이들 본 것만 얼마나 많은지”라며 자신 이외의 여자 연예인도 접대를 강요 받았다는 폭로도 있다.
이는 광고 모델이나 드라마나 영화출연 기회를 잡기위해 관련자들에게 몸을 상납하는 캐스팅을 둘러싼 성상납의 실태와 병폐를 적나라게 보여준 것이다.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연예인의 실태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4월 발표한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국가 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2009년 9~12월 여성 연기자 111명과 지망생 약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 등을 심층 면접해 조사한 결과,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같은 성적 피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성 연기자의 45.3%가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또한 60.2%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 제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조사대상 여자 연예인의 31.5%는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 등의 피해를 봤다고 밝혔고 21.5%는 성관계를 요구받거나, 6.5%는 성폭행 등 명백한 법적 처벌 행위가 되는 범죄 피해를 받은 경험도 있었다.
캐스팅을 둘러싼 이같은 문제는 ‘몸로비’ 혹은 ‘성상납’이라는 표현으로 명명되며 끊이지 않고 관련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그만큼 연예계의 병폐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물론 이러한 이러한 연예인, 연예인 지망생들과 관련된 성상납 의혹과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있었다. 미국의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는 용어는 '잠자리' 또는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에서 알 수 있듯 영화감독, PD, 작가, 매니저들에게 잠자리(성상납)를 제공하고 배역을 받거나 영화, 드라마,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지칭한다. 일본에서도 ‘베개 영업’역시 같은 의미로 쓰인다.
장자연 사건이 다시 보도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故 장자연 사건에 일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는 등 세계가 한국 연예계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니혼TV '슷키리'는 장자연 사건을 다루면서 전문가 분석을 내보냈다. 미국의 캐스팅 카우치나 일본의 베개 영업은 이제 많이 근절됐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반면 중국 환구망 등 중화권 언론 역시 장자연 사건을 보도하면서 대만과 중국은 캐스팅을 둘러싸고 장자연 사건과 같은 성상납(성조공)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화권 언론들은 중국에서는 강제적 성상납보다는 자발적 성상납이 잦게 자행된다는 것이고, 대만에서는 강제적 상납과 자발적 상납이 동시에 문제화됐다고 덧붙였다.
연예계가 발전하고 대중문화가 진정으로 진화하려면 가장 야만적이고 인권을 짓밟는 캐스팅을 둘러싼 성상납 같은 병폐는 근절돼야한다. 미국의 캐스팅 카우치, 일본의 베개 영업 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기 시작하듯 한국의 성상납이라는 표현이 반드시 사라져야한다. 그것이 한국 연예계와 대중문화 발전의 첫걸음이다.
[성상납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자살한 故 장자연.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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