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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면사포도 못 써보고 웨딩드레스도 못 입어보고, 혼인신고만 하고 살다 이혼했다.”, “나도 다시 짝을 찾고 싶다.”, “여자로 태어나서 아이 한 번은 낳아봐야 하지 않겠냐.”
SBS ‘짝’에 출연한 한 여성 참가자가 한 말이다. 한 번의 실패 경험이 있는 그는 ‘짝’을 통해 새 출발을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과거 에로배우 출신이었던 이력만 퍼지고 말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짝’ 출연 자체가 잘못”이라며 ‘에로배우’ = ‘잘못’이라는 유치한 낙인만 찍어대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짝’ 돌싱특집 1부가 방송되자 각종 게시판을 통해 에로배우 출신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그가 과거 에로배우로 활동했던 증거로 작품의 캡쳐까지 퍼졌다. 급기야 이는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포털 사이트 검색어까지 차지하게 됐다.
여자 5호가 에로배우였다는 주장이 기사화까지 되자 네티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시청자를 기만했다”, “‘짝’ 출연진을 속였다”, “에로배우 출신이 공개적으로 짝을 찾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비난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에로배우는 짝을 찾으면 안되냐”, “그게 왜 문제가 되냐”, “과거를 굳이 밝힐 필요가 있냐. 그럴 법적 의무가 있냐, 도의적인 책임이 있냐.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짝’의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는 “새 출발하려고 했던 출연자가 이러한 논란에 휩싸여서 안타깝다. 돌싱특집이라서 더욱 출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얼마나 난처할까. 안쓰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촬영 당시에는 몰랐었다고 밝히며 알았다면 출연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에 대해 “에로배우가 문제가 아니라 에로배우라는 사실이 이처럼 밝혀졌을 때 오는 후폭풍 때문이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이런 상황을 우려해 출연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을 속인 행동에 대해서는 “사실 사적인 부분이고, 한국 정서상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행동이 이해된다”며 “과거의 일 때문에 짝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피력했다.
19세 이하는 관람을 금지하는 성인영화에 출연했다는 여자 5호의 과거는 논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성인영화 출연이 잘못됐다는 논리라면 이미 다수 작품에서 노출 연기를 펼친 바 있는 다수 배우들 역시 TV 출연을 금지해야 된다. 더불어 성은, 하소연 등 유명 에로배우 출신들의 가수 전업 후 있었던 활동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일본을 보면 여자 5호의 과거는 더욱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일본의 다수 AV(Adult Video) 배우들은 실제 정사를 촬영, 이를 판매한다. 수십 편에서 수백 편에 이르는 작품을 찍고도 일반 대중영화나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친다. 이들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사인회 및 기자회견도 연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이 하나의 문화이므로 그것이 비난 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아울러 장르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프로의식을 높이 세우기도 한다.
여자 5호에게 낙인을 찍으며 발생한 논란은 한국에서만 그 안에서도 에로배우라는 직업에만 존재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현재 여자 5호가 에로배우 출신이라는 것이 명쾌하게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특별한 반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짐작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센 논란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논란의 책임은 과거를 밝히지 않은 당사자에 있는지, 그런 그를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인지, 집요하게 출연자의 과거를 세간에 드러낸 네티즌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네티즌들이 익명이라는 온라인상의 이점을 악용하지 않고, 도덕적, 법적문제 소지가 없는 내용을 기어코 꺼내 논란을 야기하는 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안타까운 논란에 휩싸인 '짝' 돌싱특집에 출연한 여자 5호. 사진 = SBS 방송캡쳐.]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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