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때론 너무 자극적이어서, 때론 너무 선정적이어서, 또는 출연자에 면죄부를 씌워줘서 뭇매를 맞던 토크쇼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 시청자에 ‘자극’을 주는 방송으로 다가가고 있다.
특히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 KBS ‘승승장구’,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는 평일 안방극장을 책임지며 출연자의 진지하고 깊은 인생 스토리를 통해 시청자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원조에 해당되는 ‘무릎팍도사’는 2007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무수한 게스트와 어록, 이슈를 낳았다. 톱스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인 게스트는 ‘무릎팍도사’를 통해 이순재와 같은 원로배우를 비롯해 양준혁, 이종범, 김연아 등의 스포츠스타에서부터 황석영 작가, 안철수 교수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갔다.
‘무릎팍도사’가 독점력을 과시하던 중 KBS는 ‘예능 늦둥이’ 김승우를 내세운 토크쇼 ‘승승장구’로 그 아성에 도전했다. 초반 포맷을 잡지 못하며 허둥댔던 ‘승승장구’는 최근 안내상, 정진영, 김동건 아나운서, 김범수, 김정태 등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는 게스트들을 전격 출연시켜 이들의 인생 스토리에 집중, 인간미를 더하며 화제를 모았다.
막내 ‘힐링’ 역시 이름값 보다는 연륜 혹은 과거, 아픔이 있는 스타들을 대거 투입했다. 첫 회에 중견배우 김영철을 비롯해 김태원, 차태현, 고창석 등 최근 단독 게스트로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스타들이 ‘힐링’을 찾았다.
시시콜콜한 개인기·춤이 사라졌다
‘무릎팍도사’, ‘승승장구’, ‘힐링’ 등은 MBC ‘놀러와’, KBS ‘해피투게더’, SBS ‘강심장’과 다르게 개인기와 춤을 억지로 요구하지 않는다. 이들 방송에서는 애써 개인기를 보여달라는 MC의 노력도, 손과 발을 붙이는 춤이나 개인기를 하는 게스트도 없다.
춤과 개인기에 소비되는 시간을 대신해 이들을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는 코너를 개설해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출연자들 역시 잘 하지도 못하는 춤이나 개인기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그것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졌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신인 급들에게는 ‘강심장’ 같은 프로그램이 나을지 모르겠지만, 연륜 있는 스타들은 ‘승승장구’나 ‘힐링’이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은다.
1인 게스트 토크쇼가 더욱 의미를 갖는 이유는 출연자들의 굴곡진 삶에서 드러나는 사연 때문이다.
먼저 안내상은 ‘승승장구’에 출연해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담배를 폈다. 4학년 때까지 문맹이었다”라며 충격적인 과거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자극적인 사연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태어난 그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당연한 어린시절이었다. 중요한 점은 그의 삶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안내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세로 떠오른 김정태는 유머러스 넘쳤던 ‘1박2일’ 때와 달리 ‘승승장구’에서 무명시절 다사다난했던 스토리, 간경화로 삶의 끝을 볼 뻔 했던 사연,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사연을 회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원로배우 이순재는 드라마 제작환경에 따끔한 일침을, 조관우는 과거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혼인빙자간음 사건’을 덤덤히 털어놓으며 반성했다. 반면 깊은 재미를 안겨준 적도 있었다. 정진영의 몰래온 손님으로 찾아온 이준익 감독은 스타 감독답지 않게 철딱서니 없이(?) 맑고 순수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힐링’은 ‘승승장구’보다 더 빠르게 스타들의 깊이 있는 사연들을 전했다. 김영철은 “아내가 내 직업 때문에 내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연기생활 안 해도 좋다. 와이프와 행복하고 기분 좋게만 살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라는 게 없다. 나에게 제일 귀하고 중요한 사람은 와이프”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만이 느낄 수 있는 가정에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연예인의 화려함 뒤의 그림자를 드러냈다.
지성은 부모님이 이혼한 사실을 공개하며 부모님 이혼 후 힘들었던 시절을 전했고, 차태현은 공황장애를 심각하게 겪은 사연을 토로했고, 비행기를 오랫동안 타지 못하고 있는 사실도 밝혔다. 옥주현도 안티 팬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우울했던 상황을 말하기도 했다.
또 “나 혼자 토크쇼에 출연해도 될까?”라는 마음으로 ‘힐링’을 찾았다는 명품조연 고창석은 “신혼시절 지하실을 빌려서 연습실로 개조해 배우 7명과 다 같이 살았다”며 그런 중 첫 딸을 낳게 된 사연을 전했다.
충격적인 고창석의 사연은 조건 혹은 외모지상주의에 치우친 젊은 남녀의 결혼관을 뒤엎으며 조건과 외모보다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교과서적인 답을 새삼 느끼게 했다.
시청자들은 이렇듯 스타들이 꺼내기 힘든 속마음을 들으며 스타들의 고충을 느끼게 됐고, 스타들을 단순 동경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이들의 아픔을 나누려하고 있다. 또 이들의 고충을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있다.
‘무릎팍도사’, ‘승승장구’, ‘힐링’은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김없이 “감동을 받았다”, “스타들을 이해하게 됐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무릎팍도사', '승승장구', '힐링' MC(첫번째사진 맨위부터), 김정태, 김연아, 정진영, 이순재(두번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범수, 지성, 김영철, 고창석(세번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차태현, 옥주현, 조관우, 안내상(네번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