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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매주 화요일 밤 12시 방송되는 케이블 오락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는 본방송 이상으로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전 예고기사를 통해, 방송 후 리뷰기사를 통해 제작진이 발굴해 낸 '화성인'들이 본방송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 끊임없이 제공되고 커뮤니티와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로 대표되는 별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지상파 프로그램과 '화성인 바이러스'가 뚜렷한 경계선을 띠는 점이 여기에 있다. 2% 내외의 시청률로 표현할 수 없는 파급력이다.
십덕후, 누렁이녀, CCTV남, 난장판녀, 화장집착녀 등 점점 고유명사화되고 있는 화성인들의 캐릭터가 청양고추 6개를 넣은 미각실종녀의 라면처럼 '화성인 바이러스'를 '세상에 이런 일이' 보다 몇십배나 자극적이고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임은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2년 6개월 방송된 수많은 화성인들 중 누가 가장 독했는가. 매주 화성인들을 공급하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제작진에 직접 물었다.
지난 2009년 5월부터 2년 3개월간 '화성인 바이러스'를 이끈 이근찬 PD는 '십덕후'를 단연 첫 손에 꼽으면서 "'화성인 바이러스'를 알리는데 큰 계기가 됐다. '십덕후'로 인해 '화성인 바이러스'가 많이 알려져 고맙다"고 고마워했다.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에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 페이트와 열애 중인 이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월급의 80%를 페이트 관련 용품을 구입하는데 쓰고 "지금까지 1500-1600만원 가량 썼다"고 말해 MC들을 경악시켰다. 급기야 이씨는 지난해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뽑은 '세계 최고의 화성인'으로 선정됐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한 여자작가는 혹시나 방송을 위해 평소보다 더 더럽게 할 것을 염려해 난장판녀의 집을 "스틸사진만 찍겠다"며 기습했다가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고. "충격으로 따지면 '십덕후'보다 한 수 위"라고 언급했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6개월 넘게 방치된 이불 사이로 곰팡이가 가득 낀 음식물 쓰레기와 벌레가 가득한 방 안은 방송 이후 "조작설"이 제기될 만큼 충격적이었다. 조작 논란이 불거진 후 이 PD는 "방 수준이 너무 심각해 미리 알게 된 출연자보다 더 빨리 방송을 진행했다. 방영 전부터 '조작 논란'을 예상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상상 이상의 화성인이었다.
박창현씨 같은 경우는 엽기적이거나 재미있기 보다는 한편으로 가슴이 짠했던 에피소드였다. 제작진 역시 "가장 안타까웠던 화성인"으로 꼽으면서 "나라에 큰 이바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에 대한 부적응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게 사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IQ 187의 천재로 카드 52장을 임의로 섞고 한 번만 보여줘도 모양과 순서를 완벽하게 기억해 냈고 특수고 수재들과 '1대100' 수준의 대결을 펼쳤지만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 친구도, 연인도, 가족도 쉽지 않은 그는 무척이나 고독해보였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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