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au와 소프트뱅크에서 각각 판매되는 아이폰4S, 어떤 차이 있나?
4일 애플사가 아이폰 4S를 발표했다. 내심 아이폰5가 발매되길 바랬던 한국 소비자들은 다소 낙담해하는 분위기다. 아이폰5를 통해, 여태껏 아이폰 시리즈가 보여왔던 획기적인 어떤 것을 바랬지만, 이번에 발표된 아이폰 4S는 아이폰 4의 성능을 개선시킨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아이폰 지지자들이 아이폰4S의 출시를 환영했다.
한국의 일부 낙담하는 여론에 비해 일본에서는 대체로 아이폰4S의 출시를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아이폰4S 출시 자체보다는 KDDI의 브랜드 au의 아이폰 판매 돌입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애플의 '1개국 1통신사' 원칙에 따라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을 전담 판매해왔다. 그런데 KDDI의 au가 아이폰4S부터 아이폰 판매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au의 아이폰 판매 돌입으로 소프트뱅크의 일본 내 아이폰 독점판매가 무너지게 된 것.
au의 아이폰 판매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소프트뱅크의 주식은 요동쳤다. 이 사실이 일본에 처음 보도된 지난 9월 22일,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무려 12%나 하락했다. 그날 하루 주식매매량으로 일본 전체 1위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한때 au의 아이폰 판매 개시가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이야기도 돌았으나, au측이 아이폰 판매에 나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현재 au 홈페이지 메인화면은 아이폰 사진이 게재돼 있고, 'iPhone4S 곧 등장'이라는 인상 강한 문구가 적혀 있다.
au는 NTT도코모와 함께 오랜 기간 통신시장의 양강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래서 고정 고객층이 두터운 편이다. au 제품을 쓰기 위해 다른 안드로이드 제품을 쓰는 경우가 있을 정도.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의 고객층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au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판 아이폰과 au판 아이폰, 과연 이 두 제품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이 차이점은 일본 대중들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 au 아이폰과 소프트뱅크 아이폰의 차이점?
아이폰이면 다 같을 거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au와 소프트뱅크는 회사의 통신규격이 달라 똑같은 아이폰을 판매하더라도 여러 차이점이 발생한다. 소프트뱅크는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에 있어서, W-CDMA HSDPA에 대응하고 있는 한편, au는 CDMA2000 1x EV-DO Rev.A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아이폰 사용에 많은 차이를 가져다 준다.
가장 먼저, 데이터 통신 속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일본 IT전문사이트 'RBB TODAY'에 따르면, 아이폰 4S의 경우, 소프트뱅크판이 다운로드 속도는 최대 14.4Mbps, 업로드 속도는 최대 5.76Mbps까지 구현할 수 있으며, au판은 다운로드 최대 3.1Mbps, 업로드 최대 1.8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거의 4,5배에 가까운 차이다.
소프트뱅크판 아이폰4S의 경우, WCDMA HSDPA를 사용하고 있어 최대 데이터 통신 속도가 최대 14.4Mbps에 달한다. au판과 비교되는 소프트뱅크판 아이폰의 강점은, 바로 '빠른 데이터 통신 속도'인 것이다. 이는 반대로 au 아이폰의 약점이기도 하다.
다만, 이 통신 속도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수치로, 사용자가 많아 회선이 혼잡상황일 경우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환경에 따라 속도가 대폭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au 아이폰과 소프트뱅크 아이폰간의 통신속도 차이를 개의치 않는 일본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
한 일본 네티즌은 "아예 통하지 않으면, 0Mbps"라며 "최근 회사 출근길에 아이폰(소프트뱅크)으로 뉴스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시간에 사용자가 많은 탓에 제대로된 속도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불평했다. 또한, '최대' 속도가 높은 것이지 막상 사용해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 밖에, 소프트뱅크가 단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받는 것은, 바로 떨어지는 통화 음질과 통화 불가 지역이 많다는 점.
일본 이동통신시장의 늦둥이인 소프트뱅크는 등장 때부터 파격적인 마케팅과 파격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고, 시장에 '혁신'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단, 소프트뱅크 등장 이후 일본의 이동통신요금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저렴해졌다. 그 전까지는 NTT 도코모, KDDI au 등 대형 통신사가 시장을 독차지하며 비싼 요금제를 내세워왔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파격적인 요금제로 시장을 잠식해들어가자 도코모, au도 점점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시장에 등장한 이래 승승장구해온 소프트뱅크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달리던 꼬리표는 바로 '소프트뱅크는 통화 품질이 낮다'는 것이었다. 트위터를 즐겨하는 손정의 사장에게 날아드는 트윗 중 적지 않은 수가 '기지국 언제 늘릴거요?', '통화 품질 개선해달라'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호리에 다카후미 전 라이브도어 사장 또한 여기에 한 수 거들었다. "아이폰 유저로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다른 통신사로 바꾸겠다", "아이폰 전파 너무 안통한다"며 맹비난한 것.
손 사장은 급기야 "목숨 걸고 (수신율에 있어서 업계 1위인) NTT토코모를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기지국을 6만여 곳에서 12만여 곳으로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소프트뱅크의 옥외 기지국은 총 16만여 곳. 자신이 선언했던 목표를 향해 충실히 이행해왔던 결과였다. 기지국 정비와 리피터(repeater) 대여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인프라 확충에 신경을 쓰며 통화 품질 개선에 질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프트뱅크의 전파 수신율과 통화 음질에 대한 불신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다. au의 아이폰 판매 선언 이후 터져나온 댓글과 트위터, 블로그 글들만 살펴봐도 소프트뱅크의 통화품질에 대한 불신을 느낄 수 있다. 인프라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통화품질 개선은 물론, 신뢰 구축이 절실한 때인 것이다.
이에 비해 au는 기본적으로 통화 가능 범위가 넓고 전파 수신율이 비교적 높다. 오랜기간 이 업계에 자리했기 때문에 통신 관련 인프라에는 자신 있는 모습이다. 다나카 사장 또한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아이폰 판매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더구나, 오랜기간 쌓아온 고객들의 신뢰도 두텁다.
au는 전파도달도가 좋다는 800MHz대의 주파수도 가지고 있다. 통신지역 면에서는 소프트뱅크보다도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단, 2012년도 7월에 KDDI의 이 주파수대 사용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 부분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au판 아이폰은 느린 데이터통신 속도 외에 한가지 치명적 단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데이터통신과 통화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점. 전화하면서 인터넷을 하거나, 지도를 보거나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걸려온 전화를 받으려면 하고있던 인터넷 작업을 포기해야 한다. 전화가 울려 받을 때마다 인터넷 접속을 종료해야하는 것이다.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외로 일본 사용자들에게 이 같은 단점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존의 경우가 그랬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내 소프트뱅크와 au의 입장은 미국의 거대 통신사 AT&T와 버라이존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AT&T와 소프트뱅크, 버라이존과 au가 같은 이동통신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
미국 버라이존의 경우, 판매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판매량 보였다. 판매 개시 17시간동안 무려 100만 개를 팔았을 정도였다. 버라이존은 전파 수신율이 뛰어났지만, 데이터 통신을 하면서 통화를 할 수 없었고, 인터넷 속도도 AT&T보다 느렸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지체 없이 버리이존의 아이폰을 구입했다.
버라이존의 아이폰이 이 같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 지역에 따라 수신율의 차이가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AT&T보다 통화 영역이 더 넓었던 버라이존 아이폰에 열광했던 것이다. 버라이존 아이폰이 가진 여러 단점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시 휴대폰의 핵심은 '전화'였다.
일본의 경우, 미국만큼 지역별 수신율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au 아이폰이 버라이존과 같은 큰 파급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au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통화품질도 비교적 우수하다. au는 통화품질이 우수하다라는 신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 아이폰의 통화 품질에 지친 고객들을 끌어들일 충분한 매력이 있다. 더구나 일본 고객들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au의 고정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아이폰 판매량을 보장해 줄 것은 분명하다.
여러 요소를 살펴봤을 때, au, 소프트뱅크 모두 고유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인터넷을 비롯한 데이터 통신에, 그리고 au는 전화의 기본이라할 수 있는 통화품질에 더욱 강점을 두고 있는 인상이다.
발전 가능성면으로만 본다면, au는 사용하고 있는 통신규격의 문제로 발전의 한계가 있는 반면, 소프트뱅크는 전망이 밝다. 최근 통화품질 개선을 위한 동분서주하고 있어, 만약 이 점이 개선된다면 소프트뱅크는 아이폰 판매전쟁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업계에 우위에 설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S가 곧 출시된다. au와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판매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au는 고정 고객들과 뛰어난 통화 품질을 앞세워 전장에 나설 것이고, 독점 판매를 해왔던 소프트뱅크는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출혈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양사는 피터지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다만, 일본 내 소비자들은 이를 흥겹게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이들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지와 더 나은 서비스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지호 기자
문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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