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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그냥 누군가의 엄마는 연기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엄마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죠."
"비록 긴 러닝타임에 불과 10여분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횟집녀를 연기했던 것은 그녀의 행동이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죠."
KBS 2TV 주말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 나오는 배우 박준금과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사물의 비밀'에 출연한 배우 윤다경의 말은 서로 통했습니다.
주연이 아닌 조연을 연기하는 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있는, 납득이 되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는 조연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빛을 보이는 조연들이 또 하나의 흥행코드로 급부상 한 것이죠.
충분조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조연이 빛을 본다는 것은 그 작품이 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납득이 가는 조연의 등장은 캐릭터의 독창성에서 나옵니다. 독창적인 동시에 그 캐릭터들은 일면 현실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몸빼바지 입는 엄마들만 나올거야?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세련되고 예쁜데." 배우 박준금의 말입니다. 현실성을 담보하지 않은 구태의연한 드라마 속 엄마 캐릭터들에 한 방을 날린 말이었죠.
현재 방송 중인 SBS '천일의 약속' 속 주인공 지형의 어머니 수정 캐릭터도 좋은 조연의 예입니다. 불치병 여자와 잘 사는 집 아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의 설정은 너무나 뻔하지만, 곳곳에 배치된 현실적 묘사들로 지루함을 피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김해숙이 연기하는 수정 캐릭터 역시 극 전체에 활력을 띄우는 역할을 합니다. '아들이 약혼녀를 버리고 가난한 집 여자와 결혼을 하겠단다'라는 설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뻔함을 단번에 날린 신선한 엄마의 등장이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집 여자를 앞에 세워두고 물을 뿌리지도, 돈 봉투를 내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손 한 번 잡아봐도 될까요?"라며 눈물 짓습니다. 나중에 그 여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소리를 듣고는 결혼을 말리며 "이기적인 이야기지만"을 전제합니다. 같은 결혼반대라도 이쪽이 더 합리적이기까지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있었던 작품들 역시 꽤 탄탄한 조연들의 활약이 컸습니다. 반전이 유행하던 시절, 작품에서 자주 등장했던 맥거핀은 대부분 탄탄한 조연들이었으니 말입니다.
한 감독의 페르소나로 사랑받는 배우들 역시도 스타와는 또 다른 개성의 조연들입니다. 지루함을 벗어난 독창적인 또 다른 조연들의 탄생을 기대해봅니다.
[새로운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 김해숙(왼쪽) 윤다경, 박준금. 사진 = 마이데일리DB]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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