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LG 트윈스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경기도 구리를 찾았다. 오후 훈련을 마친 박현준(25)이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마운드 위에선 강한 공을 뿌리는 승부사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만난 그는 잘 웃고, 장난도 잘 치는 여지없는 20대 청년이었다.
올해로 프로 3년 차인 박현준은 2010년 유니폼을 SK에서 LG로 바꿔 입었다. SK에서 가능성을 인정 받긴 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는 LG 유니폼을 입고 2011시즌 프로데뷔 이후 첫 두 자리 승수(13승 10패)를 올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올 시즌 나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80~90점 정도 줄 수 있다. 혼자 성적이 좋았다고 해서 전체 시즌을 만족할 수는 없다. 시즌 초반에 팀 성적이 좋다가 중후반기 성적 하락으로 4강에 들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쉽다. 그래서 스스로 많은 발전을 이룬 시즌임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박현준의 말대로 시즌 초반 '신바람 야구'의 진면목을 보이며 무서운 기세로 상위권을 맴돌던 LG는 6월 중순 이후 급격한 성적 하락에 시달렸다. 급기야 8월 2일을 거점으로 4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포스트 시즌의 꿈은 멀어져만 갔다. 마운드에서 고군분투 했던 박현준은 결국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지난 8월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부상으로 재활을 하고 있을 때 팬들이 팀 성적하락을 문제 삼아 경기 후 청문회를 열었고, 이에 박종훈 감독님(LG 전 감독)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 마음이 아팠다. LG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팬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LG가 잘되길 바란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며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과 팀의 명예를 걸고 뛰기 때문에 성적을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수도 사람이기에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시험공부를 밤새 열심히 해도 다음날 시험을 못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팬들이 그럴수록 오히려 팀 사기가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도 내년 시즌을 더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로 보답해 드리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성적 하락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박종훈 감독을 대신해 김기태 감독이 LG의 새로운 새령탑이 됐다.
"감기태 감독님과는 선수 상견례에서 만나보고 따로 뵌 적은 없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자율야구가 오히려 더 무서운 거다. 선수가 알아서 자기를 단련하고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만큼 만들지 못하면 거기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선수들은 이제 나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절대 게을러 질 수 없는 이유다"
"나는 마운드위에 올라가면 단순해진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저 타자와의 승부에서 내 공을 던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1구를 던지더라도 승부에 집중해 전력을 다 한다. 사실 선발투수는 이닝히터로의 면모를 지녀야 하기 때문에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한마디로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피가 끊는다. 그래서 선발보다는 마무리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 1~2이닝정도 집중해서 공격적인 피칭으로 타자와 승부를 하는 것에 자신 있다. 나는 앞으로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하지만 LG 전력상에 큰 손실이 생겼다. 바로 주전 안방마님 조인성의 공백이다. 조인성은 올 겨울 FA시장에서 원소속구단인 LG의 품을 떠나 SK에게 안겼다.
"조인성 선배의 SK행 소식을 듣고 서운함보다 안타까움이 앞섰다. 후배들에게 누구보다 편하게 대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던 선배가 떠났기 때문이다. SK행이 발표 된 다음날 인성이 형과 밥을 먹었다. 그런데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형이 미안할 것은 없다고 했다. 팀 전력상 손실이라고는 하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형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잘 선택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후반 리즈와 주키치가 나와 약속했다. 내년 시즌 다시 LG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기로. 그들은 나와의 약속을 지켜줬다. 이미 검증된 용병들이 있어 내년 LG마운드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시즌에 대해서 차차 구상을 해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팀이 내게 어떤 보직을 원하더라도 거기에 맞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내 자신 스스로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현준-박현준과 조인성-박현준과 주키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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