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던 어느날 오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운동중인 신예 오세근(24)을 만났다. 처음이라는 것은 늘 설렘과 불안함 그리고 시행착오를 동반하지만 그에게 처음은 익숙함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농구로 성공하겠다는 소년, 청년이 되어 코트 위를 날다
농구를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던 오세근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코치님의 권유로 농구를 하게 됐다. 원래 신체적인 조건도 괜찮았고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농구를 할 것이라는 뚜렷한 생각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하다 보니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운동을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한 아들의 미래가 불안하셨던 부모님은 오세근의 꿈을 반대했다. 그는 "처음 농구를 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크게 반대를 하셨다. 그래서 한 달 내내 농구를 하게해달라고 얘기했다"며 "'꼭 농구로 성공하겠다. 지켜봐달라'고 강하게 어필했다"고 전했다.
늦게 시작했기에 뭐든 더 많이 하지 않으면 안됐다. 오세근은 "중학교를 1년 더 다녔다. 나에게는 큰 결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에 가서 친구들하고 어울리기 힘들었다. 키도 크고 인상도 약간 험악해 보여서 친구들이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수업에도 잘 못 들어가고,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 등 친구들하고 어울릴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다"라고 말하면서도 "학창시절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농구를 하면서 천직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전체 1순위 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지명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며 "사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빨간색과 인연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드래프트장에서 빨간공이 딱 뽑히는 순간 안양이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묘했다. 안양 유니폼 색깔이 붉은 색이라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나 할까"라고 장난기 섞인 말투로 얘기하는 그를 아래위로 자세히 훑어보니 인터뷰 당일도 여전히 '레드홀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대학생때 이미 2010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 돼 국제무대를 밟았던 만큼 오세근은 준비된 인재였기에 프로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이에 오세근은 기대에 부흥하기라도 하는 듯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25일 현재 그는 16.2득점 8.3리바운드(평균치)를 기록하며 코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오세근은 "프로에 와서 공인이라는 인식이 크게 다가와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나를 알아보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에 경기장 안이든 밖이든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한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양이나 선수들의 기량차이도 확실히 다르다. 처음엔 와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차차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제 2의 김주성, 서장훈이 아닌, 1인자 오세근으로
현재 가장 유력한 신인왕으로 솝꼽히며, 시즌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오세근의 이름앞에는 항상 '제 2의 김주성·서장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주변에서 신인상이나 MVP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상이라는 것은 내가 열심히 해서 얻어지는 부수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크게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인왕은 선수시절 단 한번 받는 상이기 때문에 욕심은 난다"며 웃더니 이내 "하지만 MVP 후보로 이야기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MVP는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상을 바라기보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수상보다는 팀을 위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주성, 서장훈 선배와 비교가 된 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영광이다. 농구를 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서장훈 선배님처럼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지금도 무릎이랑 발뒤꿈치가 좋지 않다. 고등학교 때부터 뒤꿈치 부상은 고질적으로 안고 살고 있다. 조금 무리해서 피곤함을 느끼면 아파온다. 운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부상 때문에 본의 아니게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나는 코트위에서 뛸 힘이 있는 한 몸 관리를 잘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다짐을 남겼다.
앞으로 오세근이 코트위에서 흘릴 땀방울들이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 결실의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
[오세근(위·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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