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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박하선은 참하다. 단아하고 정갈한 인상이 우리네 한복과 똑 닮아있다. 실제로 쪽 진 머리와 한복이 썩 잘 어울리는 박하선은 드라마 '동이'에서 인현왕후로 출연해 시청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선한 인상과 눈빛과 말투가 섬세한 박하선은 진짜 인현왕후의 환생 같은 열연을 펼쳤고, 기품 있고 인자하지만, 한편으로 강단과 위엄을 간직한 이상적인 왕후를 제대로 그려냈다.
그런 그녀가 최근에 궁중 여인의 품위를 저버리고(?) 한없이 망가지고 있다. MBC 시트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착하지만 다소 엉뚱한 국어교사 박하선으로 열연하고 있다. 평소에 남을 먼저 배려하고 사람을 잘 믿는 '순둥이'지만 가끔 다혈질로 돌변하며, 각종 진상을 떠는 원맨쇼를 펼친다.
박하선이 연기하는 박하선은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귀가 얇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어 잘 속고 잘 넘어진다. 욱하다가도 뒤끝 없이 가라앉고 잘 웃는다. 그러나 대책 없이 말랑말랑하지만은 않다. 어릴 시절 파일럿과 여군을 꿈꿀 정도로 역동적이었고, 등산, 야구, 사륜 오토바이를 즐기는 운동광이기도 하고, 여려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할 말은 다 하는 강단이 있다.
연예계 데뷔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하지원 팬이었던 박하선이 고등학교 3학년 때 하지원이 주연한 '키다리 아저씨' 무대 인사의 맨 앞자리에 앉았다가 하지원의 매니저가 즉석에서 명함을 건넨 것. 이후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드라마 '경성스캔들'(2007), '왕과 나'(2008), '강적들'(2008), '그저 바라보다가'(2009), 영화 '아파트'(2007), '바보'(2008), '주문진'(2010) 등에 연이어 출연하지만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하이킥3'은 '동이'가 명품 사극녀로 주목받은 후 계속 비슷한 역할만 들어와 과감하게 시트콤에 도전한 것이다. 사실 시트콤 마니아로 하이킥 시리즈를 만든 김병욱 PD 작품은 죄다 섭렵했으며, 2009년 '하이킥2'의 청순 식모였던 신세경 역할로 오디션에 봤다가 떨어진 과거도 있다. '하이킥3' 출연 기회는 연예계 데뷔처럼 우연하게 주어졌다. 올해 초 '강심장'에 출연하여 조신한 사극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막춤을 추고 거침없이 얘기하는 그녀를 김병욱 감독을 눈여겨본 것. 결국 김병욱 사단에 최종 합류하게 됐고, 기대 이상 호연하며 '하이킥3'의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사실 몇 년 새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순탄하게 온 것 같지만, 박하선은 100회 이상 오디션에 떨어진 경험이 있다. '동이' 촬영 당시에는 40여 회 이상 NG를 내서 절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짧은 다리'로 힘차게 걷는 하이킥처럼 박하선은 꾸준히 노력하고 발전해왔고, 이제야 시청자들의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29일에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의 MC이자 시트콤 부문 우수상을 받으며 2011년 한해를 제대로 마감한 박하선. 그녀의 상쾌하고 유쾌한 연기가 안방극장에 계속 건강한 웃음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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