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화려하지도 않았다. 선수 생활이 자신의 뜻대로 된 적은 더욱 드물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최고'라는 자리를 지도자가 돼 꿈꾸고 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경태 재활코치. 그는 오랜 시간 끈을 놓지 못하던 '선수'라는 직함을 벗고 지난해 11월부터 '코치' 신분이 됐다. 김 코치는 "선수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좋은 지도자로 남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연이은 방출 그리고 일본 독립리그까지 "내 선수 생활은 90점"
구암초-성남중-성남고-경희대-LG-두산-SK-LG.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서 김경태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프로필이다. 여기에 일본 독립리그까지 더하면 김경태의 선수 생활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성남고, 경희대 시절 잘 나가던 에이스였던 그는 1998년 프로 입단 당시 계약금을 2억원이나 받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그의 프로 생활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두 차례 방출을 딛고 2004시즌 막판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감동 스토리를 쓴 뒤에도 선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매번 방출 당해도 도전은 이어졌다. 그 사이 그는 '너클볼'이라는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아보기도 했으며 국내 구단에서 찾는 곳이 없자 일본 독립리그에서도 뛰었다.
그의 끝없는 도전이 막을 내린 것은 작년이다.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 공화국 등을 돌아 다니며 새로운 팀을 찾아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선수로서의 여행을 마쳤다.
그렇다면 김경태 자신이 생각하는 선수 시절 점수는 몇 점일까. 김 코치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 추구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크게 성공도 못했고 미련도 남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선수 생활을 했고 도전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에게, 특히 아내에게 감사한다. 아들 세 명을 키우면서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고의 내조를 해줬다"며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도 드러냈다.
10시즌 동안 7승 7패, 평균자책점 5.24. 하지만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열정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 "선수로서는 최고 아니었지만 좋은 지도자로 남고 싶다"
김경태의 코치로서 첫 번째 보직은 재활코치다. 어찌보면 부상으로 인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선수 시절 김경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리다. 그가 관리해야 할 선수들은 부상과 재활 등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채 움츠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술선수, 군제대선수, 부상선수들의 기술 및 체력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김 코치는 "선수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좋은 지도자로 남고 싶다"며 "선수와 공감하고 사적인 부분까지도 터놓고 얘기하며 마음을 잡아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코치의 자격은 무엇일까. 김 코치는 "훈련도 잘 시키고 이론도 많이 알아야 하지만 지식이 많아도 제 때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선수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한 것 같다. 또 강요가 아닌 설득으로 선수가 자신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기부여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김 코치는 재활코치로서 부상 이후 힘들어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도 전했다. 그는 "몸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항상 새로운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잘 극복해서 김경태 방식의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선수 시절에도 '김경태만의 방식'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 그이기에 이를 자양분으로 코치로서도 선수는 물론이고 많은 프로야구팬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SK 김경태 재활 코치.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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