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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김지원에게 신세경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엇갈린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가운데, 김지원의 이야기가 전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신세경의 이야기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고등학생인 지원(김지원 분)은 보건소 의사 계상(윤계상 분)을 짝사랑 중이다. 지원은 계상에게서 따스함을 느끼고, 계상 또한 지원의 내면에 깃든 상처를 조심스럽게 감싸안는다.
단 지원이 '사랑'이라면, 계상은 '연민'에 가깝다. 새해 인사라며 지원은 계상의 볼에 갑자기 뽀뽀를 하더니 "영화에서 보다가 꼭 한 번 따라해보고 싶어서"란 어설픈 핑계를 댔다. 계상도 "지원 학생도 해피 뉴 이어"라고 받아줬지만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계상이 대학 동기의 전시회에 같이 가자고 지원에게 말했을 때도 지원은 조금이라도 어려보이지 않기 위해 사촌언니 하선(박하선 분)의 옷과 화장품을 몰래 가져다 한껏 여성스럽게 치장했다.
발에 맞지 않는 하이힐까지 신고 계상에게 잘보이고픈 소녀 지원은 계상이 친구들과 술자리에 가야 한다며 집에 돌아가라고 하자 "저도 같이 가면 안돼요? 전 다른 거 마시면 되잖아요. 얘기도 듣고 싶고. 이러고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 그래서…"라고 했다.
지원의 말을 들은 계상의 표정은 "농담입니다"를 연발하던 마냥 착한 의사 계상과 달랐다. 계상은 지원의 감정이 뻔히 보였지만 "오늘 참 예쁜데, 이 옷은 스무살 넘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지금은 교복이 훨씬 더 예뻐요"라며 지원을 돌려 보냈다. 지원의 감정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자 계상도 결국 조금은 거리를 두려는 듯 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외에도 계상의 조카 종석(이종석 분)이 지원을 마음에 품고있다.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종석은 지원이 보여준 진심 어린 정에 어느덧 마음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커졌다. 하지만 종석은 감정 표현에도 서툴고, 지원이 삼촌 계상을 좋아한단 걸 눈치챘다. 종석은 그저 하이힐로 다 까진 지원의 발에 몰래 준비한 운동화를 신겨줄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어디서 난 운동화냐는 물음에도 "그냥 뭐…"라고 얼버무리고 마는 종석이다.
지원에게 계상은 맞지 않는 하이힐과 같다. 잘 맞는 건 종석의 운동화지만 오히려 지원은 종석이 준 운동화를 신고 "빨리 스무살이 되고 싶어"라고 달려나갔다. 스무살을 향해 달려가는 지원, 지원을 쫓는 종석. 셋이 지금 놓인 상황이 이러하다.
셋의 엇갈린 사랑은 전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세경(신세경 분), 지훈(최다니엘 분), 준혁(윤시윤 분)의 관계와 닮았다. 식모살이를 하던 세경이 자신을 챙겨주던 의사 지훈을 좋아하게 되고, 세경을 지훈의 조카인 준혁이 짝사랑하는 구도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청자들은 잔인한 결말이라며 김병욱 감독을 비난했고, 뒤늦게 김병욱 감독도 사과했지만 시트콤 역사상 전대미문의 결말임은 틀림 없다. 특히 그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갈등을 반복하다 결말에 모든 게 해소되는 뻔한 구도를 거부하겠다는 김병욱 감독의 의지가 반영됐던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다.
따라서 세경의 사랑을 닮은 지원의 사랑도 끝내 슬픈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가장 행복한 결말은 지원이 종석과 연결되고, 계상은 보건소 직원이자 지원의 집에 얹혀사는 진희(백진희 분)와 맺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전작에서 충격적인 결말을 꺼내들었던 김병욱 감독이 과연 이 행복한 결말에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청자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충격의 결말을 다시 만들어낼지, 아니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로 마치게 될지 이는 전적으로 김병욱 감독에게 달렸다. 그리고 어떤 결말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김지원(첫번째 사진 위)과 신세경-'지붕 뚫고 하이킥' 엔딩 장면. 사진 = MBC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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