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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자고로 의학 드라마 속 주인공 의사는 까칠하고 괴팍해야 제맛이다. '하얀거탑' 김명민이 그러했고, '외과의사 봉달희' 이범수가 그랬다. 장장 9년 동안 방영되며 시즌 8까지 나온 미국 드라마 '하우스' 속 휴 로리도 독설을 입에 물고 사는 괴짜 천재의사로 나온다.
종영 1회를 앞둔 KBS 월화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 또한 만만치 않다. 신하균이 연기하는 이강훈은 거창한 사명감이 아닌 오로지 일신을 위해 의사란 직업을 택한 인물로 나온다. 깐깐하고 까칠한 냉혈 의사에 야망과 권력에 눈먼 야심가지만 사실은 몸도 마음도 불우하게 자란 콤플렉스를 숨기기 위한 일부러 '센' 척하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극 초반 오만 도도한 안하무인 캐릭터였던 이강훈은 회를 거듭할수록 그 내면의 상처를 깊이 있는 연기로 승화시키며 강렬한 몰입을 끌고 오고 있다.
의학 전문 드라마답게 실제와 흡사한 수술 장면들이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열광시키는 것은 이강훈의 감정과 상황에 따른 변화무쌍한 표정 변화이다. 네티즌이 제작한 '이강훈 110표정', '이강훈 프레이어'가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인 신하균은 작년 말 KBS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 데뷔한 이래 신하균은 한 번도 연기력 논란이 시달린 적이 없는 연기 달인이자 매번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이색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멜로, 액션, 스릴러, 코믹까지 장르에 얽매이지 않았고, 주연, 조연, 단연에 연연치 않았다. 큰 영화, 작은 영화, 큰 역, 작은 역을 가리지 않고 일단 맡겨지면 '빙의' 수준으로 열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맡은 역할마다 정말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신들린 연기력을 지닌 신하균은 말 그대로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타고난 연기력 같지만, 또한 철저히 계산하는 영민한 연기 '브레인'을 지녔다. 하다하다 배역에 맡게 글씨체까지 바꾸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다. 지난 5월 종영된 '위기일발 풍년빌라' 속 귀여운 캐릭터인 복규에 맞춰 또박또박 글씨를 적은 반면 '브레인'에서는 오만하고 도도한 이강훈의 캐릭터에 맞게 세련된 글씨체를 선보였다.
직품을 선택할 때는 이야기, 형식, 캐릭터가 얼마나 새로운지는 고려한다는 신하균. 인기에 치중하는 영화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을 고르며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고자 하는 주관이 확실하다. 대상 수상소감으로 "내일도 촬영이라 지금은 머릿속에 대본밖에 생각이 안 난다"라는 신하균은 연기의 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량이 절정에 닿아있다.
[사진 = 드라마 '브레인',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박쥐' 스틸 컷]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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