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 했다.
18일 팀 이탈 후 10일 만에 광주무등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최희섭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마음은 이해가 갔지만, 17일 잘못을 사죄하고 돌아온 사람이라고 치기엔 어딘가 많이 불편해 보였다.
최희섭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예상되어 있었던 기자회견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과의 전화통화를 간절히 원했다. 그가 17일 KIA 김조호 단장과 팀 복귀를 확정지은 시간에 미국 애리조나에 머물고 있는 선동열 감독에게 시차로 인해 직접 사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희섭은 선동열 감독의 허락 없이는 구장 안에 발을 딛는 것도 KIA의 빨간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KIA 관계자는 "최희섭 선수가 꼭 선동열 감독하고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기에, 기자회견까지 시간이 촉박해 뒤로 미루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지가 안 좋은데 기자회견마저 늦는 다면 안 될 것 같았다. 유니폼도 감독 허락없이 안 입으려고해 '그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랜만에 너의 모습을 보는 건데 이왕이면 사복보다 유니폼을 입는 것이 좋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결국 최희섭은 정확히 9시 30분에 KIA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실에 들어섰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그는 바로 선동열 감독과 전화 연결했다. 최희섭의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통화에서 선동열 감독의 첫 마디는 "XXX야"라는 원색적인 단어였다. 선감독이 최희섭에게 날린 그 단어에는 속 썩인 제자에 대한 속상함과 함께 돌아온 탕아 빅초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선동열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은 책임감을 가져야하는 자리인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냐"고 호통을 치면서 "나는 너 용서 안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통화를 하는 내내 최희섭을 채찍질했던 선동열 감독은 통화 끝 무렵에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자숙하고 반성해라 그리고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어라"라고 전했다.
전화를 끊은 최희섭은 종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무거운 얼굴을 걷어냈다. 그러곤 "지금 당장 운동하러 가겠습니다"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선동열 감독과 최희섭의 통화를 옆에서 지켜봤던 KIA 관계자는 "욕먹고 그렇게 환하게 웃는 사람을 처음 봤다"며 "선동열 감독이 무관심 했다면 오히려 희섭이에겐 상처가 됐을 텐데, 자기도 자기가 잘못 한 것에 대해 욕먹고 마음이 편해 진 것 같다. 선 감독의 욕에 희섭이가 당장 운동을 하겠다는 의욕을 보일 정도로 살아나지 않았냐"라고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는 최희섭은 올 시즌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동안의 공백기로 기술 훈련이 힘든 그는 18일 메디컬체크를 시작으로 국내 재활군과 함께 몸만들기에 열중할 계획이다.
[최희섭(왼쪽)-선동열 감독.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