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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은 현재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계상, 백진희, 김지원, 이종석의 사각관계와 박하선, 고영욱, 서지석의 삼각관계가 '하이킥3' 속 사랑 이야기의 큰 줄기다.
시트콤은 웃겨야 제맛이지만 캐릭터들이 엇갈린 사랑에 집중하다 보니 '하이킥3'의 웃음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새로운 유형의 시트콤이란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지만 시트콤에 웃음기가 전혀 없다면, 시청자들도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적절한 웃음을 버무려야만 시트콤으로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사랑 이야기에서 빠져있는 다른 캐릭터들의 몫인데, 그나마 크리스탈만이 제몫을 하는 느낌이다.
마초 아빠 안내상은 어느 순간부터 설 곳 잃은 가장으로서의 모습이 부각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인 윤유선도 지금은 별로 까다롭지 않은 성격으로 비쳐진다.
이적, 박지선, 윤건, 줄리엔강 등의 캐릭터는 각 에피소드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이 때문에 '하이킥3' 캐릭터들 중 안내상의 집을 주무대로 하는 강승윤과 크리스탈 정도가 웃음을 담당해야 한다.
강승윤의 경우 이미 경상도 사투리와 퍼주는 걸 좋아하는 일명 '자선병'을 소재로 삼아 웃음을 전한 바 있으며, 크리스탈은 강승윤보다 주변 캐릭터들과의 연결점이 많아 웃음 소재를 만들기 자유로운 편이다.
26일 방송에서도 크리스탈은 미국 LA로 돌아가고 싶어 청순한 척 내숭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입에 짜증을 달고 사는 크리스탈은 LA에 가는 안내상의 친구가 청순하고 착한 베이비시터를 구한다는 말에 '청순 모드'로의 변신에 돌입했다.
검은 생머리 가발에 하얀 블라우스와 긴 치마까지 차려입은 크리스탈은 안내상의 친구가 등장하자 조신한 척하며 가식을 부렸다. 생선 가시를 발라주고, 시키지도 않은 설거지를 하겠다며 나서는 등 식사 시간에도 계속되는 크리스탈의 가식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극중 크리스탈의 오빠인 이종석이 "인간이 이렇게 가증스러울 수가…"라고 하자 나지막히 "조용히 해라. 물통으로 쳐맞기 전에…"라고 하는 크리스탈의 말은 청순한 긴 생머리 가발과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냈다.
또 눈빛만으로 안내상과 이종석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결국 베이비시터 되기 작전이 실패하자 가발과 치마를 집어던지며 "아오 빡쳐! 괜히 생쇼했네!"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평소 새침대기 같은 크리스탈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제대로 된 웃음을 만들었다. 크리스탈이란 연예인의 이미지와 극 중 캐릭터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에피소드였다.
'하이킥3'는 당분간 계속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향이 웃음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뿌잉뿌잉"과 "스튜피드"를 남발하며 극단의 성격을 왔다갔다 하는 크리스탈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지금의 '하이킥3'다. 결국 아무리 진지해도 '하이킥3'는 시트콤, 시추에이션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탈. 사진 = MBC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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