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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풍경은 분명 누아르다. 흡사 홍콩 삼합회와 같은 분위기가 풍겨나오지만, 그 속에 그려진 사내들은 참 '멋'없다.
유일하게 하정우가 연기한 최형배가 흔히들 생각하는 누아르 캐릭터와 비슷하다. 영화의 8할을 차지하는 최익현(최민식 분)은 정반대에 서있다. 돈, 권력, 인맥, 그래서 다시 삶으로 회귀하는 그의 욕망은 징글징글하기까지 해 멋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최익현의 욕망이 곧 한국남자의 솔직한 그리고 도처에 깔린 습성이다. 그러니 '범죄와의 전쟁'은 한국남자들의 정서를 담은 한국판 누아르라 말할 수 있다.
'비스티 보이즈' 이후 4년만에 다시 카메라 뒤에 선 윤종빈 감독은 '한국적 누아르'인 이 영화에 대해 "홍콩과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갱스터의 리얼리티가 없어요. 홍콩도 삼합회가 있고 미국도 마피아라는 역사가 실제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가짜잖아요. 존재하지 않는데 과장해서 '이런 놈들이 있었어'라고 할 수 없죠. 예전에 한국서 '대부'를 만들면, 갱스터 소재로는 안된다. 재벌의 세습 혹은 왕위 찬탈 쯤 돼야 그 정도의 아우라가 나올 거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다시 말해 한국식은 결국 비루하고 남루하고 처절한 거죠"라고 말했다.
그 비루하고 남루하고 처절하기까지한 한국 사내들의 이야기는 모든 조직의 '형님문화'로 귀결된다.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리고 깡패집단에서도 '로직'은 같은 형님문화. 사장따라 줄줄이 줄서서 따라가는 풍경은 깡패들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다 비슷해요. 다만,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다를 뿐이지."
깡패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결국 경찰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는는 윤종빈 감독의 말은 그렇게 설명이 됐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쫓는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는 말과도 같다.
"남자들의 경우, 아들은 보통 아빠를 싫어하다가 어느 날 닮아가는 것을 느끼게 돼죠. '내 안에 그런 게 있구나, 나도 아빠랑 똑같이 살아야 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아버지라는 존재를 극복해야하는데... 그리고 전 저희 세대들이 흔히들 88만원 세대라고 하나요, 너무 빨리 아버지들의 논리를 받아들인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아직 우리는 젊은데 이미 꼰대가 됐어요. 사는게 힘들다 보니 또 현실적인 것에 치이다 보니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가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 내가 아는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많이 바뀌어 있어요. 내부에 들어가면 안보이나 봐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들과 대화하는 익현의 모습에서 끝을 낼까, 그러나 이 영화는 결국 이렇게 끝이 나야 한다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세대의 룰이 지배된 세상 자체가 일종의 망령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죠. 어떤 이를 불러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극중에는 형배의 목소리여서 헷갈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누가 불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뒤에 생략된 말이 중요하죠. 아마도 '아직도 살아계십니까' 내지는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십니까' 정도가 생략돼 있는 거겠죠."
한국 남성들의 자욱한 '형님문화'는 그래도 요즘 변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고. 윤종빈 감독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기운들을 많이 느껴요. 세상이 조금 변하려고 하나라는 생각도 들죠. 어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작용 반작용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반복되다 결국은 바뀌게 되겠죠"라고 아득하게 말했다.
그렇게 아버지를 말하고자 하는 윤 감독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이야기하면서 아들들의 인생에 경종을 울렸다. 누아르이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인 '범죄와의 전쟁'이다.
개봉은 내달 2일.
[윤종빈 감독. 사진=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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