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FA도 아니다. 자신의 역할이 빛나는 선발이나 마무리 투수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이 팀내 투수 최고 연봉자로 등극했다.
SK 좌완투수 정우람 이야기다. 정우람은 소속 구단 SK와 2억 8천만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연봉인 2억 2천만원에서 27.3% 인상된 금액이다. 이는 '투수 왕국' SK 투수 중 가장 많은 연봉으로 중간계투 전문투수의 '조용한 반란'을 일궈냈다.
▲ 중간계투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2억 8천만원'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정우람이 지난해까지 뛴 경기수는 478경기. 그 중 선발로 나선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28승 12패 16세이브가 그 기간동안 거둔 성적이다. 28승은 A급 선발투수라면 2~3년 안에, 16세이브는 마무리투수라면 한 시즌에라도 거둘 수 있는 성적이다. 이렇듯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정우람의 기록은 철저히 배제됐다.
물론 홀드에서는 류택현을 넘어 통산 1위로 올라섰지만 이를 주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가 데뷔 이후 줄곧 맡았던 중간계투는 현대야구에서 중요한 보직이면서도 빛이 안나는 자리다.
하지만 정우람은 불평 불만없이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그는 2008시즌 초반 인터뷰 당시 다른 보직에 대한 욕심에 대해 "남들처럼 150km를 던지고 그런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제 위치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며 "선발로 전환해서 어중간하게 할 바에는 지금 맡은 보직에서 최고가 된 이후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나친 욕심 대신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는 사이 정우람은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중간계투로 거듭났다. 비록 선발이나 마무리가 되지는 못햇지만 그 사이 홀드왕에 두 차례(2008년, 2011년) 오르며 타이틀도 거머 쥐었다. 또 소속팀 SK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여기에 프로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부'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중간계투인 관계로 연봉의 급상승은 드물었지만 조용히 억대 선수에 오른 데 이어 올시즌에는 팀내 투수 중 최고 연봉을 받게 됐다.
물론 소속팀 에이스 김광현이 지난해 부상이 겹치며 올해 연봉이 삭감(2억 7천만원→2억 5천만원)된 요인도 있지만 중간계투로만 뛴 선수가, 그것도 FA도 아닌 선수가 최고 연봉을 받게 됐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프로야구 연봉 10억 시대가 열린 상황에서 자칫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정우람의 '2억 8천만원'이 돋보이는 이유다.
[사진=팀내 투수 최고 연봉자로 등극한 SK 정우람]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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