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홍삼 드리니까 좋아하시던데요?”
KGC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아직은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전술, 전략을 통한 코트 장악력도 압도적이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이 감독도 순순히 인정한다. 지난 시즌부터 2년 내내 “나는 초짜다. 배우면서 해야 한다.” “오늘도 상대 감독님에게 또 하나 배웠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심지어 4강 플레이오프서 KT를 힘겹게 꺾은 뒤 모비스 유재학 감독, 방열 건동대 총장에 이어 적장이었던 전창진 감독에게도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같은 ‘배움의 결과’가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서 나타나고 있다. ‘모르는 것보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게 잘못된 것이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이 감독은 국내 최고 명장들의 조언을 듣고 KGC의 특성과 상황에 맞게 녹여내고 있다. 1차전서 가드진의 강력한 프레스로 동부의 체력을 떨어뜨렸고, 재빠른 공수전환으로 동부가 수비진을 갖추기 전에 득점을 해버리는 체력전을 했다. 또한 2차전서는 동부의 주특기인 드롭 존 디펜스를 오히려 KGC가 사용해 동부의 허를 찔렀다.
2차전서 승리하면서 이번 챔프전의 흐름은 알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이 감독의 진짜 능력은 3차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2차전서 재미를 봤던 드롭 존 디펜스를 3차전서 사용하지 않았다. 강동희 감독은 KGC의 드롭 존 디펜스를 대비한 공격을 들고 나왔지만 막상 이 감독은 대인 방어로 승부수를 띄웠고, 동부는 김이 샜다. 물론 3차전은 동부가 가져갔다. 하지만 4차전서 다시 드롭 존 디펜스와 가드진의 강력한 압박 수비, 전면 강압 수비를 번갈아 사용한 KGC는 완전히 동부를 혼돈 속에 빠뜨리며 4차전은 물론 5차전마저 가져갔다.
이 감독은 “재학이 형이 그러셨다. ‘야, 나올 건 다 나왔어.’” 대신 유 감독은 이 감독에게 언제, 왜 그런 전술과 전략을 썼는지 되짚어보라는 말을 남겼다. 방 총장도 어떤 전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3차전을 내주고 4차전을 다시 잡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차 싶었다. 우리가 너무 상대를 전술로 상대하려고 했다”라는 게 이 감독의 말이다.
그 결과 KGC는 5차전서 단순해졌다. 베테랑 김성철도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는 전면강압수비에 동참했다. 가드진의 압박수비로 동부 로드 벤슨의 단조로운 공격을 유발했다. ‘젊음의 팀’ KGC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자 동부는 완전히 페이스를 KGC에 내줬다.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가 많은 동부에 경험이 적은 우리가 전술로 속이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단순하게 뛰는 농구로 5차전을 따냈다.
만약 이 감독이 주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챔프전서 KGC는 결코 동부에 주도권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젊지만 경험은 부족한 KGC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끌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감독은 스승의 조언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최고의 결과를 내고 있다. 이 감독이 올 시즌 다른 감독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두고 일부 팬들은 감독의 위신을 깎는다고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걸 일축하고 있다.
이 감독은 적장에게서 얻은 배움을 하나하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챔프전서 그 결실이 결과로 나오고 있다.“회사에서 나오는 홍삼 진액을 보내드리고 있죠”라고 하니 선배 감독들에게 수업료도 제대로 내고 있다. 수업료는 이 감독이 내지만 정작 이 감독은 수업료보다 더 큰 것을 얻어가고 있다. 이 감독에게 수업료를 받고 가르침을 준 감독들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꼴이다. 챔프전서 홍삼 리더십으로 재평가 받는 이상범 감독이다.
[이상범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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