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윽, 윽.”
한화 박찬호는 투구를 할 때 이와 같이 기합 소리를 크게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자들은 박찬호의 기합소리가 신경이 쓰여서 타격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5일 대구 삼성전서 선발 등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올 시즌 박찬호의 투구를 현장에서 처음으로 지켜봤다. 정말 소리가 들릴까 궁금해서 대구구장 2층 기자실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 봤다. 대구구장은 구조상 기자실의 창문을 열면 선수들의 경기를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 여전히 박찬호에게서 “윽, 윽”하는 기합소리가 들렸다.
▲ 잘 던진다는 증거
박찬호는 이날 101개의 공을 던져 6이닝 8피안타 3사사사구 3자책점으로 시즌 2패째를 당했다. 그러나 대체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이런 박찬호에게 가장 놀랐던 건 역시 기합소리다. 경기 초반 기자실 창문을 열어보니 생생하게 들렸고, 5회에도 한번 더 들어보니 역시 생생하게 들렸다. 이에 대해 정민철 투수코치는 “호흡을 내뱉은 뒤 입으로 막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맞다. 사람이 숨을 쉬다가 입을 막으면 “윽” 혹은 “읍”이라는 소리가 난다. 박찬호도 투구동작에 들어간 뒤 팔을 릴리스 하기 직전 “윽”하는 소리를 낸다. 이는 곧 팔 스윙을 할 때는 숨을 쉬지 않고 투구에만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런 소리가 계속해서 같은 패턴으로, 그리고 소리의 크기도 비슷할 경우 잘 던진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다. 정 코치는 “본인의 호흡에 달린 문제다. 성량이 일정하게 나올 경우 자신의 투구 밸런스대로 던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윽”소리를 질러온 박찬호는 그렇게 언제, 어디서든 1구 1구를 최선을 다해 던지고 있다. 정 코치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성의 있게 던지는 것이다.”
▲ 투구 밸런스가 안 맞을 때도 날 수 있다
그런데 정 코치는 색다른 얘기를 했다. “투구 밸런스가 안 맞을 때도 기합 소리가 들릴 수 있다. 내가 현역 생활을 할 때는 투구 밸런스가 잘 안 맞을 경우에 ‘윽’소리가 났다. 오히려 투구 밸런스가 좋을 때는 기합 소리가 안 났는데 기합 소리가 크게 날 경우 거의 투구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무슨 뜻일까. 생활 속에서 원리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다가 힘이 들면 자연스럽게 “아이고”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과 같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투구 밸런스에 맞게 공을 던지지 못할 경우 피로가 일찍 찾아온다. 공에 힘도 떨어지고, 투구 폼이 흔들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못하게 된다. 자연히 제구력이 흔들려 볼넷을 내주거나 난타를 당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윽”소리를 잘 안 내던 투수가 갑자기 “윽”소리를 낼 경우 보통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다는 신호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정 코치의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박찬호는 미국 시절부터 ‘윽’소리를 일정하게 냈다. 그게 일종의 루틴이고 특히 투구가 잘 될 때 성량도 일정했다. 삼성 박한이가 타격을 할 때마다 장갑을 다듬고 헬맷을 벗어 냄새를 맡고 배터 박스 앞에 일자를 그은 다음 방망이를 두번 짧게 스윙하고 허리를 앞뒤로 실룩 쌜룩 거린 뒤 타격에 임하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윽”의 성량이 일정하지 않거나 평소에 잘 안내던 투수가 갑자기 크게 낼 경우는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면 된다.
[기합소리를 내는 박찬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i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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