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01년 월드시리즈 4차전서 애리조나는 3-1로 앞선 9회말 뉴욕 양키스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투런포를 내줬고, 10회말에는 데릭 지터와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끝내기 솔로포를 맞았다. 5차전서도 2-0으로 앞서던 9회말 2사 2루에서 스캇 브로시어스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당시 22세의 젊은 청년은 그대로 마운드에 털썩 주저 앉았고, 이는 미국 전역 신문에 그대로 실렸다. 한동안 국내 TV 자료화면에도 심심찮게 쓰였다. 하지만, 그 청년은 11년 뒤에 우똑 일어서서 넥센에 입단한 김병현이다.
2006년 한국시리즈 3차전서 삼성은 3-1로 앞섰다. 그러나 8회말 한화 심광호(현 LG)에게 대전구장 백스크린을 맞히는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삼성은 연장전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장타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심광호에게 한국시리즈서 홈런을 맞는 건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그 주인공은 그해 정규시즌서 47세이브를 기록하며 단일시즌 아시아 세이브 최다 신기록을 세운 오승환이다.
김병현과 오승환이 누구인가. 업슛과 돌직구로 시대를 풍미했고, 또 풍미하고 있는 마무리다. 하지만 둘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김병현은 2002년 애리조나에서 36세이브로 내셔널리그 세이브 부문 8위에 올랐지만, 선발 보직을 원한 끝에 2003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가 됐다. 보스턴 시절 이후 꿈에 그리던 선발을 차지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고생을 했다.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마무리로 승승장구했지만 2009년과 2010년 어깨 통증과 팔꿈치 수술로 배팅볼 투수로 전락한 시절이 있었다.
2012년 롯데의 마무리는 김사율이다. 그러나 롯데 불펜은 그에 못지 않게 최대성의 비중이 크다. 양승호 감독은 최대성에게 되도록 주자가 없는 상황에 등판시키고 있다. 2008년 7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재활과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끝낸 뒤 4년만에 프로 1군 무대에 돌아왔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1군 컴백 무대였던 3월 31일 SK와의 시범경기서 최고구속 154km를 찍은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일부 투수가 직구 스피드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최대성은 예전 명성 그대로 직구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다. 150km 후반의 볼도 심심찮게 던지는 최대 강점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대성은 개막 엔트리에 들어 단숨에 롯데 주전 셋업맨 자리를 꿰찼다. 강속구 하나로 4월에만 10경기서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그러나 5월에는 신통찮다. 4경기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16.88이고, 2⅔이닝 5피안타 중 피홈런만 3개다. 보직이 보직이니만큼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2일 목동 넥센전서 4-4 동점이던 8회말 오재일에게 투런포를 맞았다. 4일 인천 SK전서는 3-3이던 8회말 2사 상황에서 박재홍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고, 6일 인천 SK전서도 3-2로 앞서던 8회말 1사 상황에서 최정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최대성은 지난주 악몽과도 같은 1주일을 보내면서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또 직구로 승부를 하겠다는 베짱도 드러냈다. 홈런을 맞고도 당당했던 김병현, 오승환과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다. 아직 최대성이 둘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대성은 적어도 김병현과 오승환이 보여줬던 투지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 김병현은 선발 전향 후 마무리 시절보다 2%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선발로 성공하기 위해 일본을 거쳐 넥센에 입단했고, 오승환은 지난 4월 24일 대구 롯데전서 데뷔 최다 6실점을 했지만, 굴하지 않고 26일 보란듯이 같은 타자들을 상대로 세이브를 따냈다.
만약 최대성이 이번주에도 결정적인 홈런을 내준다면 김병현과 오승환의 실패 뒤 위와 같은 강인한 모습, 그리고 자신을 숨기는 차가운 무표정을 똑같이 짓고 있을까. 롯데 팬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일이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일 경우 롯데는 설령 패배하더라도 팀과 최대성의 미래를 위한 아깝지 않은 수업료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최대성은 아직 고개 숙이지 않았다.
[위기에 휩싸인 최대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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