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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이 해피엔딩으로 종영했다.
20일 방송된 '신들의 만찬' 마지막회는 하인주(서현진)가 아리랑의 명장 자리에 오르고 최재하(주상욱)는 외국으로 떠났으며, 고준영(성유리)과 김도윤(이상우)은 시간이 흐른 뒤 재회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마쳤다.
'신들의 만찬'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요리를 소재로 '맛있는 드라마'를 그려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사실 '신들의 만찬'에서 요리는 메인메뉴가 아닌 곁들인 반찬 수준에 머물렀다.
두 여주인공 고준영과 하인주는 출생의 비밀에 사로잡혀 단편적인 캐릭터로 전락했다. 운명이 뒤바뀐 두 여자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된 뒤 선과 악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변했으며, 마치 하인주는 악행을 일삼는 이라이저, 고준영은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하는 캔디처럼 돼버렸다.
하인주는 고준영의 등장으로 모든 것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했지만, 하인주에게는 이미 오랫동안 갈고닦은 뛰어난 요리 능력이 있었다. 하인주가 고준영의 인생을 대신 살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 하인주가 가진 능력과 위치는 지난 세월동안 스스로 개척해 일궈낸 것이었다. 실제로 마지막 대결을 통해 아리랑 명장 자리에 오른 것도 하인주였다. 이 때문에 고준영의 존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하인주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하인주는 고준영에게 자신의 연인 최재하의 마음도 빼앗겼는데, 어느날 느닷없이 나타난 고준영으로 인해 늘 불안해 하는 것도 모자라 남자까지 빼앗긴 하인주가 악녀임에도 고준영보다 더 불쌍하게 다가왔다.
반면 고준영은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라 모든 위기의 순간에서 스스로의 능력이든 주위의 도움이든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하인주의 악행에도 고준영은 마냥 씩씩하기만 했다. 이런 고준영의 모습은 작위적인 느낌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고준영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 받는 상황이 자꾸만 반복되다보니 고준영은 이른바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렸던 것.
고준영과 하인주의 행동은 선악의 관계가 분명했으나, 극중 설정이 의도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며 도리어 하인주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 고준영이 두 남자 최재하와 김도윤 사이에서 취하는 태도라든가 고준영을 향해 애정을 쏟는 최재하나 김도윤의 모습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러브라인의 흐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특히 최재하만 하인주를 버린 나쁜 남자가 됐다.
그리고 마지막회에 이르러 그동안의 갈등이 뚜렷한 동기 없이 용서와 화해로 매듭 지어지는 건 그나마 끝까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던 시청자들을 맥빠지게 하는 부분이었다. 고준영을 향한 하인주, 백설희를 향한 김도윤의 갈등이 이토록 쉽게 해소될 것이었다면 지금까지 왜 극단적으로 서로를 미워해야 했던 건지 허무함만 남았다.
그럼에도 '신들의 만찬'의 부족한 개연성을 채워준 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었다. 그래서 더욱 더 이같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가지고도 더 완성도 높은 작품 혹은 '신들의 만찬'다운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뿐이다.
[배우 성유리, 서현진, 주상욱, 이상우(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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