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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도무지 요령 피우는 법을 모른다.
이윤지는 연기도 공부도 대충 하고 넘어가는 요령이 없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성실히 자신이 맡은 역할을 연기해낸다. 연예인과 학생을 겸하는 다른 이들이 어느 한 쪽을 소홀히 하는 것과 달리 학생으로서도 모범적이다.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마주치고 적당한 목소리와 적절한 표정을 섞어가며 정직한 얘기만을 들려줬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과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멈출 줄 알았다. 몸에 자연스레 밴 오래된 습관 같았다.
어쩌면 이윤지는 여자로서 사랑도 이렇게 정직하게, 요령 없이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지의 일과 사랑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하반신 마비의 이재신을 연기한 이윤지는 "죄책감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윤지가 말한 죄책감은 이런 것이었다. 감정이란 그게 슬픈 것이든 기쁜 것이든 시간에 따라 편차가 있기 마련인데, 이재신이 어느 날 맞닥뜨린 장애는 심리적인 장애가 아닌 신체적인 장애이기에 편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과 그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주위에 어떻게 보여지게 될는지도 중요했어요. 내가 정말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걸 연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느껴졌고, 행여나 제가 하는 행동들이 그 분들에게 안 좋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했어요. 이건 사실 배우로서의 예의이기도 하지만 사람으로서의 예의기도 했어요"
'더킹 투하츠'에서 이윤지의 장면 중 인상적이었던 건, 이재신이 처음 등장하던 클럽신이었다. 왕족인 이재신은 클럽에서 반항적인 느낌이 다분한 옷과 헤어스타일을 한 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유롭게 노래 부르고 있었다. 진짜 공주인 줄도 모르고 한 관객이 공주를 닮았다고 하자 이재신이 들려준 대답은 "폼만 잡는 그 계집애?"란 외침이었다.
"신경을 참 많이 썼어요. 재신이의 첫 장면이기도 했고요. 다른 배우들 보다 늦게 등장하는 거라 혼자 마음 속으로 어떻게든 '저 이재신입니다' 하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대충 할 수도 있었겠지만 회의도 많이 하고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소심해서 그래요. 시험에 못 가면 소심해서 떨치지를 못해요. '에이, 그냥 가지 말자' 이게 안돼요. 사실 '소심'이 '성실'의 탈을 쓰고 와전된 거에요. 그래서 학교를 빠지지도 못한다고요!"
이윤지는 답답하지만 않다면 은시경이 이상형이라는데, 프로필상에는 꽤 구체적이다. '자상하고 자기 꿈이 확실하고 이룰 수 있는 능력, 용기가 있는 사람'
"맞아요. 자기 일이 확실했으면 좋겠어요. 일할 때의 모습을 보면 반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일할 때의 모습은 가지각색이겠지만, 그의 일터에서 그가 어떤지 봐요. 어떤 여자들은 '다른 사람한테는 쌀쌀맞고 나한테만 잘해주면 좋다'고 하는데, 전 그가 그의 무대에서 인정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조금 소홀하더라도, 그의 무대가 멋지고 그 곳에서 인정 받는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결혼이요? 5년 안에 꼭 하고 싶어요. 솔직히 지금 당장 결혼한다고 해도 제가 이른 건 아니잖아요. 일을 충분히 하되 '일이 최우선' 이러고 싶진 않아요. 벌써 제 주위에는 엄마들도 많이 있어요. 현실적인 걸 생각하다 보면 너무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부모님도 배우의 길도 좋지만 여자의 길도 분명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세요"
남자친구는 있길래 그런 얘기를 하냐고 물었다.
"지금은 없는데, 5년 안에 남자친구 말고 남편을 만날 거에요"
이윤지의 계획성에 웃음이 나왔다. 무슨 남편까지 계획을 짜놓고 만나냐고 핀잔을 주고 같이 웃었다.
"저는 뭐, 이 정도 이루어야 결혼할 거고,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좋은 놈 만나면 갈 거에요. 좋은 놈 만나고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싶고, 부모님이 '괜찮구나. 내 딸 줘도 좋겠구나' 해서 축복 받으면서 가는 게 가장 행복할 거 같아요"
남편을 만나더라도 서로의 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이윤지는 "팀워크가 좋았으면 해요"라고 했다. 웬 팀워크냐고 물었더니 "제가 이런 얘기하면 '사랑에 홀딱 빠져야지'라고 주변에서 그러는데, 음……. 전 사랑이든 뭐든 파이팅이랄까, 남편과 팀워크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알 듯 모를 듯한 얘기였다. 그렇지만 연기, 공부, 인터뷰까지 마냥 성실한 줄로만 안 이윤지가 사랑과 결혼 만큼은 '좋은 팀워크'의 '좋은 놈'을 찾는다니, 엉뚱한 공주 이재신다웠다.
[배우 이윤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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