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봉크라이'라는 별명을 아는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LG 투수 봉중근의 별명이었다. 봉중근은 지난 2008년 LG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지만 거듭된 호투와 달리 번번이 승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불안한 뒷문이었다. 봉중근이 호투하더라도 구원투수진이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해 봉중근의 승리가 날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죽하면 현대 시절 선발투수의 완투를 극도로 자제했던 김재박 감독이 선발로 나선 봉중근을 9회에도 투입시킨 적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LG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봉중근이 있어 LG는 뒷문 걱정에서 해방된 모습이다.
벌써 두 자릿수 세이브를 채웠다. 봉중근은 지난 2일 잠실 한화전에서 8-5로 앞선 9회초 등판해 2사 후 장성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태균을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채우는 순간이었다.
당시 경기 후 봉중근은 "팀 승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막아서 정말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등판할 때마다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3일이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봉중근은 마지막 한 타자를 아웃시키며 시즌 11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경기 후 봉중근은 "팀이 이기는데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넥센과의 3연전 마지막 날인 7일 경기에서도 9회말 4-3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등장했다. 봉중근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을 뻔했다. 그러나 박병호를 삼진 아웃시키며 1점차 승부를 매듭지었다. 경기 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봉중근의 강한 자존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G는 올해도 넥센전 징크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넥센과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2승을 모두 봉중근이 마무리했다.
봉중근의 세이브 행진이 놀라운 것은 지난달 1일 잠실 한화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둔 이후 단 1차례 연투 없이 한 달여 만에 세이브 12개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구원 부문 1위 스캇 프록터(두산)와 세이브 개수는 단 3개 차이에 불과하다.
LG 팬들은 확실한 마무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봉크라이'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없어 애달팠던 LG 팬들의 눈물을 이제는 봉중근이 닦아주고 있다.
[LG 봉중근이 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 9회말 2사 3루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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