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기이자 기회다.
삼성 우완 불펜 요원 정현욱이 8일 인천 SK전서 선발 등판한다. 삼성은 7일 광주 KIA전서 패배한 뒤 이날 선발로 정현욱을 깜짝 예고했다. 원래 이날은 실질적 에이스인 윤성환의 선발 등판 순번이었으나 윤성환이 7일 광주 KIA전 직전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해 선발 등판이 취소됐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정현욱을 선발로 낙점하고 경기 직전 부랴부랴 인천으로 보냈다.
▲ 특급 셋업맨에게 찾아온 위기
정현욱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삼성 특급 불펜 요원이자 리그 최고 셋업맨이다. 공익근무 소집해제 후 2008년 10승 4패 11홀드 평균자책점 3.40을 거뒀고, 2009년에는 안지만과 오승환의 부상 시즌 아웃 속 62경기서 8승 5패 6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42로 맹활약했다. 2010년에도 9승 1패 12세이브 11홀드로 집단 마무리의 일원으로써 잘 던졌고, 2011년에는 4승 3패 1세이브 24홀드 평균자책점 2.36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4년 연속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 시즌 행보는 심상찮다. 20경기에 출장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70이다. 평균자책점은 데뷔 시즌이었던 1998년의 수치와 같다. 정현욱은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부진했으나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뒤 거짓말 같이 살아났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진한 출발을 한 뒤 좀처럼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현욱은 철저한 몸 관리 속 강철 체력을 갖고 있는 투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평균 58.8경기에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예년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타자들이 정현욱의 묵직한 직구를 제법 잘 받아친다. 주무기인 낙차 큰 커브 또한 제구가 되지 않아 장타를 맞는 경우도 종종 있다. 5월 23일 부산 롯데전부터 2일 대구 두산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했으나 5일 광주 KIA전서 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다. 리드 시점이 아닌 뒤지는 상황에서 등판하고 있지만 좀처럼 평균자책점을 확 낮추지 못하고 있다.
▲ 선발 기억 되살릴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정현욱이 선발로 외도한다. 윤성환이 장기간 이탈하지 않는다면 일회성 선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현욱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2008년 7월 20일 대구 한화전이었다. 이후 불펜 투수로만 나서면서 선발 투수의 감각을 상당수 잃어버렸다. 힘의 안배에 따른 영리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을 지가 최대 관건이다. 전반적으로 구위가 불안한 상황에서 완급조절과 구종 다양화에 실패할 경우 불펜에 복귀한 뒤에도 후유증이 오래갈 수 있다.
하지만 심기일전해서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정현욱은 필승조가 아닌 뒤지는 상황에서 불펜 등판하면서도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했었다. 오히려 전력피칭이 아닌 힘을 빼고 던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불펜 복귀 후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정현욱은 과거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스윙맨을 소화했었다. 가깝게는 4년전 2008년 초반에도 그랬다. 때문에 선발로서의 감각이 떨어졌다고 해도 혼란에 빠져 자멸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류 감독은 정현욱이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을 선보이지 않는 한 오래 마운드에 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선발 훈련이 전혀 되지 않아 긴 이닝을 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선발이 아닌 첫 번째 등판 투수의 개념으로 삼고 불펜 총동원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정현욱은 부담을 덜고 롱릴리프라 생각하고 던질 수 있다. 어쩌면 그에겐 올 시즌 전체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경기다. 정현욱에게 8일 인천 SK전 선발 등판은 위기이자 기회다.
[4년만에 선발 등판하는 정현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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