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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걸그룹 f(x)의 크리스탈이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 중이던 지난 3월 그와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차가운 연예인일 거란 생각을 갖고 만난 인터뷰였고,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오해한 게 오히려 미안했다..(크리스탈은 건방진 아이돌? "상처 받을 때도…" 인터뷰 기사 바로가기)
당시 인터뷰에서 크리스탈은 방송에 비쳐진 이미지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동안의 오해와 편견이 너무 깊었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지 않냐는 질문에 크리스탈은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에는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주는 분들도 있고, 여전히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전 진짜 그런 마음이 아니거든요"
사람들에게 진심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 지, 그 방법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해 하던 크리스탈이었다.
그리고 17일 황당한 논란이 일었다. '크리스탈 표정 논란', 케이블채널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오픈스튜디오에 f(x)가 출연했고, 크리스탈이 "이중인격이라던데"란 질문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며 시작된 논란이었다.
논란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이 논란을 굳이 따져보자면, 애당초 질문 방식부터 잘못됐다.
'더 Talk한 빙고'란 코너에서 나온 질문으로 MC 홍종현은 질문이 적힌 번호판을 뒤집으며 크리스탈에게 "'크리스탈은 이중인격'이라고 나왔다. 실제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두 얼굴이란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화면에선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이특이 트위터에 올린 두 장의 사진이 등장했다. 사진 속 크리스탈은 이특 뒤에 앉아 사진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된 질문은 사실 다른 것이었다. 이어 MC 이솔지는 사진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찍힌 것인지를 묻더니 본격적으로 "이 이야기가 사실은 시트콤 때문에 나온 것 같다. 이후에 이런 얘기(이중인격이냐는 얘기) 많이 듣냐?"고 진짜 하려던 질문을 했다. 크리스탈이 "네"라고 짧게 대답하자 홍종현은 "다른 분들은 크리스탈이 까칠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 혹시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하냐?"고 재차 물었고, 이솔지도 "기분이 나쁘냐?"고 거들었다.
그러자 크리스탈은 "글쎄요"라고 말한 뒤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옆에 있던 멤버 빅토리아가 "전혀 그런 사람 아니다. 특히 저희 다섯 명이 모일 때는 잘 논다"고 대답했다. 루나도 "이중인격이란 말이 나쁜 이중인격이 아니다. 무대에선 카리스마가 있고 도도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애교가 많고 막내답다"고 설명했다.
MC들은 "이중인격이란 단어를 멤버들이 잘 정리해줬다"면서 생방송 시간에 쫓겼는지 빨리 다음 질문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결국 이중인격이란 질문을 던져놓고, 크리스탈에게 들은 대답이라고는 "네", "글쎄요" 뿐이었다.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충분히 대답할 시간은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게스트의 진실한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MC들은 단지 주어진 시간 동안 '더 Talk한 빙고'란 코너를 마치기 위해 서둘렀을 뿐이다.
논란이 된 사진 역시 1초가 될까 말까 한 아주 짧은 순간에 크리스탈의 표정을 캡처한 것이다. 이 사진만으로 크리스탈이 떨떠름했다느니 불쾌해 했다느니 하는 해석이 달리는 게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이것이야말로 상상의 나래가 아닐까.
어떤 연예인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잘못을 했을 때, 대중의 관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대중의 비난이 주어지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억측에서 시작된 근거 없는 일방적인 비난은 사실 폭력과 다름 없다.
특히 이 폭력이 일반적인 폭력보다 무서운 건, 익명에 가려져 누가 때리는지 알지도 못하는 폭력인데다가 한 사람을 상대로 그 수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퍼붓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악플이 하나, 둘 모이면서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크기의 비난과 저주가 되어 버린다. 실체가 불분명해서 책임도 딱히 누구에게 물을 수조차 없다.
이미 여러 연예인들이 '인터넷 폭력'으로 인한 고통에 신음했다. 이제는 연예인이 인간으로서 받는 고통을 이해하고, 자신의 글도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예인이란 직업은 아무 잘못 없이도 무차별적인 욕과 비난을 감수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오픈스튜디오에서 크리스탈(위)과 f(X). 사진 = 엠넷 방송화면-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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