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성추문 무마용으로 어떤 남성에 1억 엔 건넨 것으로 드러나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야쿠자에게 약 1억 엔(한화 15억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유력 주간지 '주간문춘'이 '하라감독이 전 폭력단원(야쿠자)에 1억엔 건넸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이에 요미우리 구단 측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간문춘의 기사가 사실인 것은 틀림없지만, 거액의 돈을 지불한 상대가 전직 야쿠자가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주간문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요미우리 측은 기자회견에서, '2006년 하라 감독이 여성 문제로 어느 단체에 소속된 2명의 남성에 위협을 받고 1억 엔을 건넸다'는 기사의 내용에 대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주간 문춘이 주장하듯 돈을 건넨 대상이 반사회적세력(야쿠자)이 아니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독자에게 오해의 여지를 줄 수 있는 기사로 인해 하라 감독과 요미우리 구단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주간문춘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21일 아침에 방송된 복수의 TV프로에선, 돈을 건넨 상대자가 전직 야쿠자였음을 일제히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하라감독의 여성 스캔들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불륜'이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 구단측은 돈을 건네받은 이는 '일반인'이라고 부인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야쿠자와의 관계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일본 최고의 사회자로 이름을 날리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시마다 신스케도 지난해 8월, 야쿠자와의 관계가 드러나 방송계를 떠났다. 차라리 '불륜'이면 낫지만, 야쿠자와 이번 일이 연관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하라 감독은 야구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
21일 발매되는 '주간문춘'을 통해 자신의 기사가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하라 감독은, 20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하라 감독은 담화문 형식의 반성문을 발표하고, 1988년 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라 감독은 "2006년 8월 프로야구계와 관계있는 인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자신과의 성관계가 기록된 일기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밖으로 나오지 않게 조치하겠다는 말을 믿고 요구받은 현금(1억엔)을 건넸다"고 밝혔다.
해결된 듯 보이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2009년, 다른 남성이 구단에 전화를 넣으면서라고 한다.
하라 감독은 "그 남성은 '여성과의 문제가 쓰인 일기가 하라 감독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것을 돌려주길 바란다'고 요구했고, 이에 구단과 부인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정황을 밝힌 하라 감독은 "팬들에 죄송스럽다. 선수를 이끄는 감독으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보여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한다"며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헌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하라감독이 '팬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반성문을 발표하면서 또 한장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기요다케 히데토시 요미우리 전 구단대표에게 팩스를 보내 당신이 정보유출 범인이 아니냐고 따진 것이다.
- 기요다케 씨에게 -
거인(요미우리 '자이언츠') 야구단의 선수, OB, 관계자를 상처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많은 폭로로 인해 거인군단 관계자를 혼란시켜 선수, OB들을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나는 감독이라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같은 일이 왜 계속 되고 있는 것일까. 기요다케씨 외에 도대체 누가 있을까.
이번에는 내일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거인군단의 침체기에 기요다케씨와 만나 한솥밥을 먹고, 같은 목표를 향해서 분할 때도, 그리고 기쁠 때도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 왔습니다. 팬에게 사랑받는 강한 거인군단을 목표로, 리그 3 연패, 일본 제일도 완수했습니다.
거인군단을 육성하고 지키고, 쌓아올인 위대한 선배님이 많이 있습니다. 미래의 꿈을 이어나갈, 거인군단의 발전을 바라고 있는 분도 많이 있습니다. 기요다케 씨도 그 한 명이라고 믿습니다.
거인군단의 일원이었던 것을 자랑으로 삼아서 이제부터 살아가 주세요.
아직 늦지 않습니다.
하라감독이 자신의 스캔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전직 야쿠자에게 1억엔을 지불했다는 주간문춘의 보도에, 일본의 모든 민영방송사는 20일 아침, 특집을 꾸미고 상당시간을 할애해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모든 방송에서 하라감독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다름아닌 기요다케 요미우리 구단 전 대표에 대한 위의 팩스 내용이었다.
반성문이라는 형태로 공개적인 사과 성명을 내면서, 뒤로는 위와 같은 편지를 써서 팩스로 기요다케 전 구단대표에게 보낸 것이다. 내용으로 보면 '하라 자신의 스캔들이 주간문춘에 보도 된 것은 바로 당신이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책망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이같은 팩스를 받은 기요다케 전 대표는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전혀 사실무근이며, 트집일 뿐입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한편, 이번 일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비록 과거의 일이긴 하나, 서민으로선 평생에 단 한번도 만져볼까말까한 1억엔이라는 거액을 불륜의 대가로 야쿠자에게 준 것도 그렇지만, 그 책임전가를 따지듯, 그리고 책망하듯 타인에게 돌린 하라감독의 이중성에 일본인들은 더욱 분노한 것이다.
실제로 하라감독과 함께 자주 골프를 칠 정도로 친분을 나누고 있는 한 여성 연예인과 연예담당 노기자는 "아무리 하라감독을 감싸고 싶어도 기요다케 전 대표에게 그런 팩스를 보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그저 팬들이 용서할 때까지 조용히 자숙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아무튼 하라감독의 불륜사건과 이에 얽힌 거액지불 스캔들은 지금 뜨거운 감자가 되어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신문들이 하라감독의 1억엔 스캔들로 도배를 하고 있고, TV의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방송 주제도 당연히 하라감독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지극히 일부에서, 오랜만에 요미우리가 우승한 이 시점에 그것도 과거에 있었던 일이 왜 지금에 와서? 라는 이야기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태풍피해로 인해 전 국민이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에서,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 즉 국민구단이라고 일컫는 요미우리 하라감독의 불미스런 스캔들은 현재 일본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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