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제로톱은 유로2012의 핫 키워드 중 하나다. 전문 공격수 없이 4-6-0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스페인식 제로톱은 ‘미래 축구’ 전술이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독일전은 ‘과거 축구’ 전술인 투톱이 더 빛났다.
이탈리아는 2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내셔널 스타디움 바르샤바에서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2 준결승에서 독일에 2-1로 승리했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가 혼자서 두 골을 넣은 이탈리아는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독일을 제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7월 2일 전날 포르투갈을 격파한 스페인과 대회 우승을 다툰다.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에 맞선 프란델리 감독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탈리아에서 스리백을 사용한 ‘수비축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탈리아는 포백을 바탕으로 한 4-3-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렸고 전방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독일과의 정면 승부였다.
투톱 시스템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유로2012에서 2명의 공격수를 동시에 기용하는 팀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원톱을 택했고, 스페인은 아예 공격수를 제외했다. 중원에 무게를 둔 현대 축구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달랐다. 경기 도중 원톱으로 전환을 시도할 때도 있었지만, 선발 라인업은 늘 원톱이 아닌 투톱이었다.
이날도 이탈리아는 ‘악마 투톱’ 카사노(AC밀란)와 발로텔리를 동시에 기용했다. 앞선 4차례 경기에서 두 선수가 만든 골은 단 2골이었다. 혼자서 3골을 넣은 독일의 고메즈(바이에른 뮌헨)보다 적은 수치였다. 하지만 프란델리 감독은 계속해서 두 선수에게 믿음을 줬고, 카사노와 발로텔리는 독일을 상대로 기막힌 선제골을 합작하며 그 믿음에 보답했다.
이탈리아의 투톱은 공격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조합을 자랑한다. 일단 체격적인 조건에서 ‘190cm’ 발로텔리와 ‘175cm’ 카사노는 ‘빅 앤 스몰’ 형태를 띠며, 스타일에서도 ‘타켓형’인 발로텔리와 ‘드리블러’인 카사노는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이처럼 중복되지 않는 두 선수의 플레이는 이탈리아 축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축구에 정답은 없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선수와 전술이 만났을 때 최고의 경기력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최고의 재능을 지닌 두 명의 투톱을 보유했고, 그것이 자신들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임을 알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화끈한 모습을 보인 이탈리아의 투톱은 지루하게 120분을 보낸 스페인 제로톱(또는 원톱)보다 화끈했다.
[카사노(왼쪽)과 발로텔리(오른쪽).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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