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년을 기다려온 땀의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
런던올림픽 초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판정 논란이었다. 올림픽이 중반으로 접어든 최근에는 잠잠하지만, 대회 초반 한국 선수단이 유독 판정에서 불이익을 보며 마음고생을 했다. 경기에 져서가 아니라 지난 4년간 흘린 땀방울의 의미가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사람들에 의해 퇴색됐기에 상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시작은 ‘한국 수영의 자존심’ 박태환(SK텔레콤)이었다. 박태환은 지난달 2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 나서 3분 46초 68로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전광판에 찍힌 것은 ‘DSQ’(실격)였다. 경기를 관장한 심판은 박태환이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스타트를 했다고 판단했던 것. 그러나 느린 그림 속엔 박태환이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물 속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논란이 됐다.
대한체육회(KOC)는 즉각 이의신청을 했고, 세계수영연맹(FINA)은 제소위원회를 꾸려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다. 결국 박태환의 실격처분을 철회했고, 박태환은 무사히 결승전에 출전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실격-이의신청-실격철회 과정 속에서 박태환은 극도의 심리적 혼란에 이은 마음 고생을 했다. 결승전 이후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샀다.
논란은 하루 뒤인 29일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유도였다. 남자 66kg 이하급에 출전한 조준호(한국마사회)는 8강전서 에미누마 마사시(일본)와 연장 접전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패배를 당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희한했다. 경기 후 심판들은 일제히 조준호의 우세승을 선언했으나 일본 측의 항의 이후 심판위원장이 경기 결과 재논의를 지시했고, 결국 심판들은 경기결과를 180도 뒤집어 에미누마의 승리를 선언했다.
지도 1개를 주고받아 연장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에메누마는 발뒤축 공격을 시도하다 포인트가 허용된 것이 번복됐다. 무승부로 끝날 경우 이런 공격의 적극성은 분명 심판 판정의 플러스 요소가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이미 결과를 조준호의 우세승으로 해놓고도 일본측의 항의에 결과가 180도 뒤집힌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한국은 이의제기를 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준호는 패자부활전과 동메달결정전서 연이어 승리하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30일 신아람(계룡시청) 논란은 심판들의 추태의 끝이 드러난 사례였다.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5-5 상황에서 연장 종료 1초 전 하이데만의 마지막 공격이 적중돼 3-4위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하이데만의 공격이 적중되기 전 세 차례나 공격이 오갔는데도 1초는 흐르지 않았고, 하이데만의 공격이 성공되자 1초가 0으로 바뀌어 논란을 낳았다.
대한체육회는 즉각 제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아람은 피스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는 전 세계에 대서특필돼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경기 후 독일 측도 사과를 했으나 이미 시간이 흐른 뒤였다. 대한체육회는 특별상을 제정해 신아람에게 수여하려고 했으나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신아람은 거부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31일 재발 방지를 위해 당시 타임키퍼의 징계와 재발방지를 촉구했고, 지난 3일에는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과 국제펜싱연맹(FIE)의 공동명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동 은메달 요청 서한을 보냈지만, 거부당해 국가 망신을 샀다. 이밖에 남자체조 단체전, 복싱 남자 56kg급 16강전 등에서도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림픽 정신은 참가에 의의를 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다. 박태환, 조준호, 신아람은 올림픽 정신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정정당당한 승부의 가치를 지켜야 할 심판들과 그들을 관장해야 할 해당 종목 국제 연맹들의 태도는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박태환의 판정이 옳게 정정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심판, 각 종목을 관장하는 국제연맹들은 선수들이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박태환(위), 조준호(중간), 신아람(아래).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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