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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 중인 구혜선이 두 번째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선보인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으로서 연출을 맡았으며 OST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자신이 가진 다방면의 재능을 쏟아 부었다.
구혜선은 '복숭아나무'의 만족도를 묻자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며 100점 만점에 "200점"이라 답했다.
그는 "200점이다. 누가 물어보면 200점짜리라고 한다. 난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배우 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서 내버려뒀다. 사실 시나리오보다도 더 잘 연기해줬다"고 밝혔다.
또 "'복숭아나무'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완벽한 호불호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주변 분들은 좋아한다. 날 좋아하면 좋아하고,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달관한 듯한 답변을 내놨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상업영화 보다는 작가주의적 색채를 띠는 그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게 해준 인물이 김기덕 감독이었다.
그는 "나는 '복숭아나무가' 정말 좋았다. 영화는 취향이지 싶다. 누군가 너무 호평한 작품을 내가 봤을 때 별로일 수도 있다. 어떤 것도 딱 잡아서 대중영화라 말할 수 없다. 상업영화의 경우 거대 투자자, 기획자들의 논리가 맞았다면 다 성공했어야 한다. 확률이야 더 있겠지만 사실 성공하는 것만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님의 성과를 아주 높게 산다. 작가주의 감독에게는 희망이었다. 사실 요즘 영화관에서 작가주의 영화를 보기 힘들다. (작가주의적 색채를) 버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버리면 정말 돈을 벌기위해 영화를 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잡고 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백만분의 일,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나올까 말까한 일"이라며 "작가주의적 색채를 더 갖고 싶어졌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하고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무조건 백만 영화, 천만 영화만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명이 들고, 1명이 들어도 영화는 영화다"고 덧붙였다.
사실 '복숭아나무'는 구혜선이 연출을 했다는 점 때문에 영화 자체보다 감독에게 더 시선이 쏠리는 작품이다. 구혜선은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단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운 채 다른 감독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자신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
그는 "오히려 둘 중 하나라도 집중해주면 좋다. 사실 나는 서운해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둘 중 아무 거라도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한다"며 "내가 생각보다 단순하고 긍정적이다. 딱히 비뚤어진 생각을 잘 안 하고 살았다.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도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초인적인 답변을 내놓는 구혜선이지만 사람이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쏠리는 좋지 않은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회의주의적인 시각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회의주의란 인간이 상대적, 주관적이기 때문에 절대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철학사상이다.
그는 "가만히 보니까 상처를 안 받으려고 회의주의가 된 것 같다. 내가 인정하면 상처받을 일이 아니다. 노희정 작가님이 쓴 책 중에서 연인들이 헤어지고 나서 자꾸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연애를 시작할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다른 일을 시작하려면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난 점점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내 마음 갖기 따라서 다르더라. 우리끼리는 (스스로 인정하는 걸) 자뻑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재산은 자뻑인 것 같다. 자폭 말고 자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혜선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 때문에 간혹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한다. 지난해 서태지와의 소문이 단적인 예다.
그는 "서태지씨를 따라 북공고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서태지씨 얘기를 한 번도 어디서 꺼낸 적이 없고 뵌 적도 없다. 일단 그분들에게 죄송하다. 나야 아니면 그만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아닌 걸 너무 잘 안다. 난 감추고 사는 게 없다. 나에 대한 건 많이 오픈돼 있다. 나야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해프닝이라 생각할 수 있다"며 오히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다.
올해 28세가 된 구혜선은 인터뷰 내내 소탈한 매력을 뽐냈지만 인생을 달관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구혜선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복숭아나무'는 샴쌍둥이 형제(조승우, 류덕환)와 그들에게 우연히 나타난 희망 승아(남상미)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31일 개봉.
[영화 '복숭아나무' 구혜선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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