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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변영주 감독이 영화 '자가당착'에 제한상영등급 판정을 내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쓴소리를 했다.
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김조광수 감독의 사회로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감독 김곡, 김선) 제한상영가 선정 취소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변영주 감독은 "영등위에서 자가당착을 제한상영가, 대한민국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는 이상 그건 더 이상 공개된 공간에서 영화로서 상영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며 "고생해서 만든 영화가 누군가에 위해 절대로 보여질 수 없게 되면 적어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무엇이 있던가 아니면 그런 영화조차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혔다.
이어 "불완전한 법을 스스로 말도 안되게 집행하고 있는 영등위에게 어떤 원칙이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특정한 후보를 조롱하고 있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조롱할 수 없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현직 대통령을 조롱했던 연극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제기를 해왔는가 생각해보면 이것은 편파적이다. 조롱받는다고 얘기하는 그 특정 후보는 내가 보기엔 특정 후보 옆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조롱받고 있다. 영화에 의해 조롱받기 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미 조롱받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유일하게 조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때문에 그 분이 불평등하거나 불리한 상황에 놓여져 있을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어떤 법규 위반인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가당착' 뿐의 문제가 아니다. 매번 정권이 바뀌고 정권이 요구하는 방향에 따라 영등위는 영화를 재단할 것이냐"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적어도 영등위라면 똑같은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특히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제한상영가 문제라든가 영등위의 여러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은 영등위가 스스로 정치집단의 하수가 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변영주 감독은 "그런 면에서 자가당착은 바로 지금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이슈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정후보를 조롱했다는 것이 이슈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까지 창작할 권리가 있고 어디까지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보여줄 권리가 있는가의 문제다. 가장 원론적인 영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자가당착'은 경찰의 마스코트 포돌이를 내세워 정치를 풍자한 영화로, 모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지난해 6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감독이 다시 등급심의를 요청했지만 지난 9월 22일 또 다시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영등위는 "과도한 신체 훼손이나 선혈 묘사 등 폭력적 묘사가 직접적이고 매우 구체적이며, 잔혹하게 표현되어 있다. 영상의 표현 수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어 제한상영가 "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문화연대, 미디액트, 비타협영화집단 곡사, 서울독립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영화인회의,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포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뜻을 함께 했다.
[영화 '자가당착' 제한상영가 취소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 현장. 사진 =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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