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이호준이 잘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이다. 자기 팀 선수 챙기기에 바쁜 시점이다. 삼성은 1일 SK와의 6차전서 승리할 경우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성공한다. 어마어마한 대기록이 목전에 있음에도 류중일 감독은 “이호준이 잘했다”라고 칭찬을 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5차전 7회초로 돌아가보자. 0-2로 뒤진 SK는 선두타자 이호준이 우측에 큼지막한 2루타를 쳤고, 그 한방으로 삼성은 선발 윤성환을 내리고 불펜 가동을 시작했다. 류 감독은 박정권 타석에서 좌투수 권혁을 올렸다. 당연한 수순. 박정권은 초구에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이에 삼성 내야진은 압박수비를 펼쳤다.
100% 수비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3루수 박석민이 득달같이 홈으로 들려들어서 박정권의 번트 타구를 잡았다. 앞선 4회초 무사 1,2루에서 3루로 가던 주자를 잡아낸 기분좋은 기억도 있을 터. 만약 이호준이 3루로 뛰었다면 세이프가 될 확률은 높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정권의 버트 타구는 야수선택이 됐다. 박정권은 1루에서 세이프가 됐고 이호준은 그대로 2루에 머물렀다.
류 감독은 “이호준이 잘했다”라고 했다. 알고 보면 무사 2루 상황에선 압박 수비의 효과가 떨어진다. 왜냐하면 무사 2루에선 타자가 정타를 만든 뒤 2루까지 뛰지 않는 한 2루주자가 2루 베이스를 비워주고 3루까지 갈 이유가 없다. 진루의 의무가 없는 것. 이호준이 만약 3루까지 진루를 시도했다면 박석민은 아무리 빨리 볼을 잡더라도 이호준을 기다렸다가 태그 아웃을 시도해야 한다. 포스 아웃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에 이호준은 박석민이 순간적으로 2루를 겨냥하자 스타트를 끊더니 이내 2루로 돌아갔다. 박석민은 2루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2루 커버에 들어간 야수가 없었기 때문. 유격수 김상수는 3루 커버에, 2루수 조동찬은 1루 커버에 간 상황. 결국 100% 압박 수비도 포스 아웃 상황이 아니면 효능이 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확인된 것이다. 이호준은 2루로 신속하게 돌아갔고, 박정권은 박석민이 움찔하는 사이 1루를 밟았다. 올 세이프.
류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무사 2루니까 원래는 100% 수비를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압박 수비를 해봤다”라며 “이호준이가 안 속대. 이호준이 잘 한 것이다”라고 크게 웃었다.
류 감독이 이호준을 통 크게 칭찬해도 손해를 볼 건 없다. 삼성은 이후 등판한 안지만이 후속타자들을 차례로 막아내면서 7회 위기를 무실점으로 벗어났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7회에 그런 상황을 만들고도 득점을 하지 못한 SK가 더 억울하다. 류 감독이 홀가분하게 웃으면서 이호준을 칭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이호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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