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욱하는 고수, 욕하는 한효주의 사랑인 기묘하게도 눈물이 났다.
영화 '반창꼬'(감독 정기훈)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소방관 강일(고수)과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의사 미수(한효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멜로영화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 벼랑 끝에 내몰렸는데, 죄책감은커녕 의사경력에 흠집이 갈까 걱정하던 미수는 법정다툼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 강일을 찾아간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는 강일은 그런 미수가 '미친 여자'처럼 보일 뿐이다.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고 으르렁거리다 어느 새 서로에게 녹아들어가게 된다. 하늘과 땅처럼 달랐던 두 사람이지만 결국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접점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효주도 만만치 않다. 욕은 고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술 마시고 남자도 두들겨 패고, 브레이크가 없는 듯 들이대다가 홱 토라지는 극과 극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털털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러닝타임 내내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등장하는데, 확실히 여느 멜로 영화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 과격한 두 캐릭터의 사랑 이야기는 어느 새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소방관과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곳곳에 최루성 에피소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뻔한 에피소드들은 매력 있는 캐릭터들로 그 진부함이 상쇄됐다.
[영화 '반창꼬' 스틸. 사진=NEW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