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개인기술 연마만이 살 길이다.
프로-아마농구 최강전도 이제 결승전만 남겨뒀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대회이니 주변에서 말이 많다. 특히 이번 대회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에 대해서 뜨거운 장외 격론이 오갔다. 결론적으로 프로농구와 대학농구의 격차는 예전보다 더욱 벌어졌다.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대학 팀들이 부단히 개인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개인기량 성장 없인 최강전도 프로와 대학의 실력 격차로 인해 계속 싱거울 것이란 지적이다.
▲ 개인기량 퇴보한 대학농구의 딜레마
현재 대학농구연맹에 가입된 대학은 12개 대학. 이들은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3월부터 10월까지 여름방학기간을 제외하고 대학리그 정규시즌을 치렀다. 그들도 1년 일정이 참 빡빡하다. 여름방학기간엔 MBC배 대학농구와 종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또 대학리그가 마무리 된 뒤엔 전국체전을 치렀고, 이번 프로-아마최강전에 21일부턴 농구대잔치도 치러야 한다. 대회가 너무 많지만, 스폰서, 지원금 문제로 줄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대학생들이 개인기술을 연마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리그 정규시즌 기간 꼬박꼬박 수업을 듣고 오후에 팀 훈련 혹은 경기를 했다. 또 대회가 많아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감독들도 성적을 내기 위해 패턴 연구 및 지역방어의 효과적인 사용에 혈안이 됐다. 그게 팀 성적을 내는 지름길이고, 팀 성적이 나야 계속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있다.
한 프로감독은 “특급 유망주라는 선수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개인기량이 하나도 늘지 않았더라”고 했다. 확고한 신체우위를 바탕으로 받아먹기 혹은 속공에만 익숙해졌다고 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잘하는 것에만 매달려야 했다. 눈 앞의 빡빡한 스케줄로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개인기량이 하루 아침에 올라오는 건 아니다. 때로는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신의 실적이 중요한 대학 감독들에게 그럴 여유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드리블, 페이크, 포스트업, 슈팅 등 농구선수에게 필요한 개인기가 부족한 선수가 양산돼 결과적으로 대학농구 수준이 하향평준화 됐다는 지적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1~2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프로로 올라오니까 프로농구 수준도 떨어졌다”라고 했다. 또 다른 프로감독은 “대학이 결국 프로 2군에도 안 된다”라고 단언했다.
개인기량 부족 대신 팀워크에만 최적화된 선수들은 결국 프로로 올라오면서 한 차원 높은 전술과 테크닉을 요하는 프로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성장이 정체된 선수가 양산되면서 결국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또 다른 프로 감독은 “대학 선수들이 드리블로 쉽게 1명을 제치지도 못하더라. 웨이트도 약하다. 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프로와 아마의 기량 차가 큰 탓에 프로-아마 최강전의 흥미도 떨어졌다.
▲ 강동희의 조언, 시간투자 없인 성과 없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범위를 확대했다. 5일 상무와의 최강전 준결승전을 앞두고 “프로 선수들도 제대로 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안 보인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강 감독은 “슛은 많이 쏴볼수록 반응이 빨리 온다. 쏴줄 때 솟구쳐 올라 쏴줘야 하는데 머뭇거린다. 지금 수비수 앞에서 자신있게 슛을 던지는 선수는 문태종뿐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때 한국농구의 장점이 외곽슛이라고 소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충희-문경은 등 슈터 계보가 있었다. 강 감독은 “방성윤 이후 한국 슈터 계보는 끊겼다. 조성민, 이광재 등은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이충희 선배와 문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팡팡 쐈다. 움직이면서 쏴도 폼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하체의 힘과 감각이 대단했다”라고 회상했다. 슛 밸런스 유지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하체 웨이트트레이닝이 중요하다.
강 감독은 “나도 현역시절 슛 연습을 많이 했었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연습했다. 무조건 정해진 연습량을 채웠다. 요즘 슛 연습을 시키면 제자리에서 서서 쏜다. 그건 의미가 없다. 예전엔 코너와 코너를 오가면서 쐈다. 원, 투 스텝에 바로 올라가서 쏘는 연습을 했다. 그 정도에도 슛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을 경지에 올라가야 한다”라고 했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슈터가 탄생했고, 한국농구의 경쟁력으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아니다. 농구에서 절대적인 신체조건도 좋지 않은 데 기술마저 밀리니 아시아 2위 자리도 내놓은지 오래다. 강 감독은 “포스트에서의 테크닉, 페이드어웨이 슛과 골밑으로 밀고 들어가는 기술도 예전 선배보다 요즘 선수들이 한참 떨어진다”라고 했다. 이어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매년 선수들에게 얘기를 하는데 잘 안 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강 감독 역시 요즘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많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시간투자를 강조했다. 요즘 아마추어 선수들이 공부하면서 운동을 하느라 시간이 적지만 결국 핑계다. 잠 잘 것 안 자고 부단히 슛, 드리블 연습을 했다는 강 감독의 회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프로-아마 최강전이 던진 화두다.
[국내 최고의 슈터 문태종의 3점슛 시도(위), 문경은 감독의 현역 시절 슛 시도(가운데) 문태종의 동생 문태영의 3점슛 시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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