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대로 골든글러브 행사가 파행되나.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아주 강경하다. 선수협은 최근 내부적으로 오는 11일에 열릴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6일 선수협 총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아가서 또 다른 대응책을 결의할 수도 있다. 선수협은 KBO와 구단들이 이사회 개최에 대해 가닥을 잡지 못하자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 GG 파행, 그 이후 주도권은 선수협에게?
현 시점에선 선수협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이 99.9% 굳어지는 분위기다. KBO 이사회가 11일까지 소집될 가능성은 낮다. 또 임시 이사회가 소집된다고 해도 10구단 창단 승인의 가능성은 훨씬 더 낮다. 선수협은 골든글러브 파행을 통해 결국 KBO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 골든글러브 보이콧이 실질적으로 10구단 승인에 키를 쥔 기존 구단들을 압박하는 효과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협은 자신들이 KBO 최대 행사에 불참할 경우 결국 KBO가 구단들을 좀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고 있다. 구단들이 계속 뒷짐을 지고 있지만, 결국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골든글러브 보이콧이 현실화될 경우 선수들의 10구단 염원이 야구계에 좀 더 확고하게 표출된다는 점에서 향후 주도권도 선수협이 잡을 가능성이 있다. 선수협이 추후 내밀 수 있는 카드는 결국 WBC 불참과 시범경기 보이콧, 정규시즌 보이콧이다. 현 시점에선 내년 봄까지 10구단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초반 파행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그 정도로 선수협은 강경하다.
▲ KBO는 구단들 설득 중, 새우 등 터진다
KBO는 결과적으로 골든글러브가 파행될 경우 선수협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벗을 수 없다. 하지만, KBO도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개최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실 KBO는 난감하다. KBO는 기본적으로 10구단 창단을 원한다. 최근 내년 일정 발표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만 해도 그렇다. 10구단이 생기면 오해를 받을 일도 없다.
KBO는 연내로 이사회를 열어 10구단과 관련해 어떻게든 진전된 논의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물밑에서 구단들을 설득하고 있다. 선수협의 초강경자세도 부담스럽고 구단들의 요지부동도 답답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만약 선수협이 골든글러브 불참에 이어 WBC, 혹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보이콧 얘기까지 나오면 그땐 한국야구 이미지 메이킹의 문제와 직면한다. 그럴 경우 KBO도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단순한 이사회 개최가 아니라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건 이유가 있다.
한편으로 KBO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가뜩이나 구단들에 끌려다닌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선수협이 세게 나온다면 적절히 대응을 하면서 구단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경우 오히려 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구본능 총재가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구 총재가 내년 봄까지 10구단 창단 승인을 이끈다면 역대 가장 성공한 총재로 기억될 수 있다.
▲ 구단들 10구단 승인, 결국 시기가 문제
지금 10구단 승인 표결이 진행될 경우 승인이 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몇몇 지방구단들이 반대를 하고 있을뿐, 구단들도 짝수구단의 필요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당장 9구단 체제가 되니 내년 팀당 홈 경기가 줄어들고, 수익금도 그만큼 줄어들 전망이다. 10구단이 생기면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사실 10구단 창단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일부 구단들도 대놓고 “반대”라고 한 적은 없다. 그들은 한국 사회 특유의 대기업 품위와 자존심 때문에 쉽게 10구단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NC 창단도 막을 수 있었지만, 결국 회원 등록을 허락했다. 여론이 무섭기 때문이다. 10구단도 마찬가지다. 시기가 관건일뿐, 여론 추이를 보며 표결에 나설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단들의 마음의 변화는 이번 골든글러브 파행으로 진전될 수 있다. 골든글러브에 WBC 보이콧 얘기까지 나오면 여론의 역풍이 더욱 거세질 게 자명하다. 불매운동이라도 한다면 주가 폭락이 불 보듯 뻔하다. 구단들도 거기까지 가면 손해다. 결국 10구단 논의 테이블에 나설 시기를 물밑에서 저울질 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그 시기를 당길 수 있는 건 KBO의 중재력이고, 선수협은 양자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 구단들은 이 문제에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고 있다.
어쨌든 현 시점에선 구단들의 좀 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선수협도 무작정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기보다 발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자의 갈등을 조율하는 건 KBO의 몫. 야구계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되는 걸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있고 10구단을 염원하는 야구 팬들은 애가 탄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위), KBO (중간,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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