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이 개입해야 하는 것일까.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LA 다저스의 류현진 연봉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LA 타임스는 5일(한국시간) “다저스가 류현진 측에 제안한 장기계약이 즉시 거절을 당했다”라고 보도했다. 또 “예상대로 계약기간이 짧았다.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모르겠다”라는 네드 콜레티 단장의 코멘트와 “류현진은 ML 3선발급이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정도의 연봉을 원한다”라는 스캇 보라스의 코멘트도 연이어 보도했다.
LA 언론은 대체로 “보라스의 무리수”라는 반응이다. 류현진은 2006년 6년간 5200만 달러에 보스턴과 계약한 마쓰자카급이 아니다. 당시 마쓰자카의 응찰액은 5111만 1111달러였다. 류현진은 절반 가량인 2573만 7737달러에 불과하다. 포스팅 금액을 많이 받을수록 연봉도 높았던 과거 사례를 감안한다면 보라스의 벼랑 끝 전술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정말 류현진이 개입해야 하나
이에 류현진이 연봉 협상에 본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라스가 거론한 6년전 마쓰자카 케이스만 봐도 그렇다. 당시에도 보라스는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에게 시종일관 벼랑 끝 전술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협상 마감일 직전 마쓰자카가 보라스를 설득해 보스턴이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보라스는 연봉 1500~1600만달러 수준을 제시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마쓰자카가 세이부에서 일본 최고 투수로 인정을 받았고,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가 일본야구의 수준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스턴 언론들은 보라스가 ‘너무 갔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6년 뒤 현재 LA 언론의 태도가 바로 그렇다. 류현진 입장에선 이런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도 없다.
▲ 류현진은 ML을 갈망한다, 보라스는 그의 대리인
류현진은 이미 대박 포스팅으로 충분히 자존심을 세웠다. 메이저리그가 생각하는 한국야구의 수준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류현진도 메이저리그에서 최대한 많은 몸값을 받고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협상의 귀재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고용한 건 맞다.
그러나 류현진의 꿈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것 그 자체다. 류현진이 일단 선발 보장만 되면 충분히 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저스는 이미 류현진에게 역대 포스팅 총액 4위의 대박을 안겼다. 선발로 쓰고 싶지 않은 투수에게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할 리가 없다. 류현진은 일단 다저스와 계약만 이뤄지면 선발보장은 확실하고 다저스는 기존 선발진의 노장들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계약만 마치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나친 벼랑 끝 전술은 다저스의 심기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는 류현진으로선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사실 다저스도 류현진의 이런 심정을 알기에 보라스의 고자세에 꿈쩍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보라스는 류현진이 고용한 대리인이다. 류현진이 중재에 나선다면 보라스도 류현진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계약 개입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 계약, 밀고 당기기 그 자체가 비즈니스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 구단과 에이전트들의 밀고 당기기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막바지로 치닫는 원터미팅에서도 계약을 맺은 FA 선수가 있고, 행선지 가닥조차 잡히지 않은 선수도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어디에서도 선수가 직접 개입 및 중재를 했다는 보도는 없다.
에이전트와 구단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때 선수가 계약에 불쑥 개입해 에이전트를 설득하는 모양새가 구단에 포착되면 협상 주도권이 구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구단으로선 선수가 개입할 경우 결국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약점 혹은 상대가 초조해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선수가 에이전트를 설득할 경우 구단은 오히려 에이전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세게 나올 수도 있다. 6년전 마쓰자카도 끝까지 기다리다가 최후의 선택으로 보라스를 설득했다.
LA 언론에선 보라스와 콜레티 단장의 코멘트를 보도하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는 눈치다. 보라스는 원래 벼랑 끝 고자세 협상이 주특기였고, 구단들도 그의 협상 전술을 잘 알고 있기에 대응 노하우도 갖고 있다. 계약 마감날짜가 임박하면 보라스와 다저스가 알아서 조금씩 타협점을 찾는다고 보고 있다. 그 자체를 선수 영입 및 계약에 동반되는 비즈니스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류현진의 경우 다른 FA, 혹은 이적시장에 나온 선수와는 달리 선택지가 다저스 하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기에 협상 개입을 놓고 득과 실이 재기되는 실정이다. 실제 류현진이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언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을 내릴 것이고, 이미 보라스와도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좀 더 기다려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 보라스와 다저스의 협상 데드라인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상념에 잠긴 류현진(위, 가운데), 출국하는 류현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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