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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가 연신 폐지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에 따른 MBC의 과감한 결단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도리어 차갑다.
5일 MBC는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제작진과 출연진에 폐지를 통보했다. 2013년초까지 100회 이상의 분량으로 계획돼 방송 중이던 '엄마가 뭐길래'는 단 24회만 방송된 시점에서 예고 없이 갑작스러운 폐지 통보를 받았다. 절반은커녕 4분의1 밖에 못 채운 비참한 퇴장이다.
제작진이나 출연진 모두에게 청천벽력이었다. 한 출연 배우 측 관계자는 "'엄마가 뭐길래' 촬영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도 변경했는데 갑자기 이런 통보가 와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고, '엄마가 뭐길래' 공식트위터에 올라온 "엊그제 밤, 마지막 촬영인지도 모른 채 추운 밤을 꼴딱 새며 정말 재미있게 찍은 마지막 방송까지 재미있게 봐주세요"란 글에서 폐지에 대한 사전 동의가 없었단 것을 알 수 있다.
'엄마가 뭐길래'가 MBC로부터 멸시당한 건 처음이 아니다. 당초 평일 오후 7시 45분부터 30분간 방송되던 '엄마가 뭐길래'는 지난달 5일부터 월, 화요일 오후 8시 50분부터 65분간 방송으로 바뀌었다. MBC가 '뉴스데스크' 시간을 오후 9시에 8시로 한 시간 앞당기는 바람에 이뤄진 급작스런 이동이었다. 시트콤 장르의 특성상 극 초반,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꾸준히 인식시키는 게 중요했지만 방송 시간대 변경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폐지 결정을 내린 MBC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엄마가 뭐길래' 시청자게시판에 한 시청자는 "지금까지 잘 보고 있는데 왜 폐지? 시청률 저조하다고 폐지하면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어쩌라고? 지금 나 놀림?"이란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시청자는 "시청자가 방송사 마음대로 바꾼 시간에 맞춰서 볼 수도 없고 시청자들 배려 따윈 하지 않는 방송사는 시청률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MBC는 프로그램들이 낮은 시청률에 그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너무나 쉽게 폐지 결정을 내리고 있다. 마치 '폐지의 늪'과 같은 '일밤'의 경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무한걸스', '승부의 신' 등이 신설되고 얼마 못 가 폐지됐다.
MBC가 폐지한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시청률이 저조했던 원인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이라기보다 MBC가 원하는 방송을 시청자들이 봐주기 만을 바란 듯한 인상이다.
'무한걸스'의 경우 MBC에브리원에서 5년여 간 독보적인 여성버라이어티의 영역을 구축한 프로그램이었으나, MBC는 '무한걸스'를 노조 파업 기간 때 가져와서 '무한도전' 따라하기에 나서도록 했다. '무한도전'이 노조 파업으로 장기 결방 중이던 상황이라 당연히 '무한걸스'의 '무한도전' 따라하기는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2개월 만에 쓸쓸히 MBC에브리원으로 돌아갔다. MBC의 소통 부재의 단면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그런데 지금 MBC는 또 다시 시청률 저조를 핑계로 '엄마가 뭐길래'를 향해 폐지 결정을 내렸다. 시청자의 공감을 못 사는 소통 부재의 반복이며 제 신뢰도를 깎아 먹는 결정이다. 그리고 방송의 주인을 시청자가 아닌 본인들 스스로라고 생각하는 MBC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폐지가 결정된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포스터(위)와 출연진.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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